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학생독립운동기념일 앞두고 기자회견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학교에서 교사들은 학생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권력을 갖고 있습니다. 생활기록부나 상·벌점제를 빌미로 협박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학생들은 교사에게 찍히지 않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합니다."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인 김다빈(18) 군은 "학교는 좋은 고등학교, 좋은 대학 진학을 이야기하며 학생들을 현재가 아닌 미래의 행복만을 위해 달려야 하는 존재로 만들고 있다"며 "그러면서 반인권적인 행위를 정당화하는데 우리는 어디 하소연할 데가 없다"고 토로했다.
김 양은 학생독립운동기념일을 하루 앞둔 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전국 370여개 교육·청소년·인권단체 등으로 꾸려진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마이크를 잡고 학생인권법 제정을 촉구했다.
학생독립운동기념일이란 1929년 11월 3일 광주 지역의 학생이 주동이 되어 일으킨 항일독립 운동을 기리는 법정 기념일이다. 학생독립운동은 3·1운동, 6·10 만세운동과 함께 3대 항일운동으로 꼽힌다.
"어린 것은 죄가 아니다"…학생인권법 제정·선거연령 하향 촉구 / 연합뉴스 (Yonhapnews)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한 이윤경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상담소장은 "일제강점기나 지금이나 학생들이 아직도 인권의 사각지대이자 교도소 같은 학교에서 억압과 맞서 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학부모회가 전국 202개 중·고등학교 학생 생활규정을 조사해보니 91%가 특정 소지품 소지를 금지하고, 89.5%가 휴대전화 소지를 금지하거나 제한했으며, 88%는 두발 제한, 82.5%는 화장 등 용모 제한으로 학생 인권을 침해하는 곳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또 일부 학교에는 성적이 좋은 학생만 학생회장으로 입후보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고, 주민 민원 등 학교 밖에서 일어난 일을 근거로 학생을 징계하는 규정이 있는데 이 또한 인권침해 소지가 다분하다고 이 소장은 비판했다.
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용화여고 졸업생 박하은(23)씨는 "학생들이 부당한 일을 당하면서 그게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 모르고, 알게 되더라도 암묵적으로 수긍하고 넘어가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까웠다"며 "학교가 학생들이 자유롭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선거연령 하향운동을 벌여온 김윤송(15)양은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양육자와 교사들에 의존해야만 하다 보니 청소년들은 억압에 익숙해지고, 폭력에 노출되기 쉬워졌다"며 사회가 청소년들에게도 귀 기울일 수 있도록 참정권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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