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김동규 기자 = 국가공원 조성을 앞두고 2일 국민에게 114년만에 속살을 드러낸 용산 미군기지는 70년 넘게 미군기지로 쓰였지만 일제의 상흔도 간직하고 있는 역사적인 장소다.
지금의 용산기지 자리에 우리 국민의 접근이 금지된 것은 19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는 그해 8월 용산 일대 1천만㎡를 군용지로 강제수용했고 1907년 1월엔 용산 군용지 389만㎡를 최종 확정했다.
1910년 8월 경술국치와 함께 용산기지에 보병 15개 중대가 배치됐고 1921년에는 용산기지에 20사단이 편성됐다.
1945년 광복을 맞았지만 일제가 쓰던 용산기지는 바로 국민의 품에 돌아오지 못했다.
그해 9월 미 24군단 예하 7사단 병력이 인천으로 상륙한 후 용산기지에 진주했고 1952년 2월 우리 정부는 용산기지를 미군에 정식으로 공여했다.
1953년에는 미8군 사령부가 기지로 들어왔고 주민미군 8개 사단 32만5천명이 주둔하게 된다.
1990년 6월 한미 정부가 용산기지를 이전하는 내용의 기본합의서와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이듬해 6월에는 기지 내 미8군 골프장이 반환됐다.
2003년 5월 한미 정상이 용산기지의 평택 이전을 합의했고, 2005년 10월 노무현 대통령이 용산기지의 국가공원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공원은 기본적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조성하는데, 용산공원은 최초의 국가공원이 된다.
이렇듯 용산기지 터는 117년간 외국 군대 주둔지로 쓰이면서 우리 국민의 출입이 금지됐다.
기지 내에는 미군 시설뿐만 아니라 일제시대 군 관련 건물도 보존돼 있다.
이날 첫 버스투어 코스에도 일제 때 시설물이 대거 포함됐다.
이날 투어는 용산기지 14번 게이트로 들어가 SP벙커(일본군작전센터)→121병원(총독관저터)→위수감옥(일본군 감옥)→둔지산 정상→주한미군사령부→한미합동군사업무단→일본군 병기지창→남단→드래곤힐호텔 등으로 이동하는 코스다.
SP(South Post) 벙커는 일제 강점기 일본군 방공작전실로 사용되던 건물이다. 광복 이후 미7사단 사령부의 사무실로 사용되다가 6·25 직전에는 대한민국 육군본부 정보국 작전 상황실로 사용되기도 했던 독특한 양식의 군용 건물이다.
정부는 이 건물의 원형을 최대한 보존해 창이 없는 벙커 모양의 저층부는 문화시설 등으로, 창문이 많은 최상층은 방문자 센터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21병원이 있는 자리는 일제의 용산총독관저 부지였다. 용산총독관저는 러일전쟁 직후 일본군사령관으로 부임해 제2대 조선총독까지 오른 하세가와 요시미치가 건설한 유럽풍의 초호화 건축물이었다.
공원계획 상으론 기존 121병원을 해체하고 총독관저터와 그 앞에 있던 정원을 복원하고 주변으로는 문화시설과 수경시설을 배치할 예정이다.
위수감옥은 현재 국내에 남은 유일한 일본군 감옥이다. 1909년에 완공돼 감옥으로 사용되다 광복 이후에는 이태원 육군형무소로 사용됐다.
감옥을 둘러싼 벽돌 담장과 내부의 일부 건물들이 원형 그대로 남아있고 감옥 담장에는 6·25 당시의 총탄 흔적도 볼 수 있다.
정부는 이곳을 역사 관련 전시 등 문화시설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미연합사령부 건물은 1970년대 지어진 건물로 당시 한국 근대 건축양식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건물 북쪽에는 일본군 보병 제78연대 정문으로서 역할을 한 보행교와 돌기둥이 남아있다.
한미합동군사업무단 건물은 1908년 일본 육군장교들의 숙소로 완공됐다. 일제강점기 때 장교관사로 사용되다 해방 직후 한국의 신탁통치와 임시정부 수립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덕수궁에서 열린 미·소공동위원회의 소련군 대표단 숙소로 사용되기도 했다.
정부는 건축물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편의시설 및 관람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병기지창은 1908년 완공돼 일본군의 무기와 탄약을 보관하던 곳으로, 지금은 미군 공병대와 시설대가 들어서 있다. 현재도 원형을 그대로 보존해 당시 일본의 건축문화를 잘 보여주고 있다.
남단은 조선왕조 초기 하늘에 제사를 지냈던 곳이다.
세조 2년인 1456년 원구단을 정비하고 이듬해 원구서라는 관청을 만든 후 1457년 1월 15일에 제천례를 올렸다.
이후 1464년까지 매년 같은 날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현재는 일부 유구들만 남아있는 상태로, 정부는 남단의 원지형을 회복하고 현재 남아있는 남단 유구를 보존할 계획이다.
정부의 용산공원 기본계획 상 용산공원 조성 공사는 미군 부대의 평택기지 이전 후 토양 오염 조사와 정화 등을 거쳐 착공해 2027년에는 끝난다.
당초 계획은 2011년 수립됐으나 2014년 한미연합사 등의 잔류가 결정되는 등 돌발 변수로 여러 차례 수정이 가해졌다.
용산공원 기본설계 및 공원조성계획 용역은 2012년 10월 시작돼 현재 5차까지 추진 중이며, 이달 말에는 완료될 예정이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각 부처가 나눠먹기 식으로 공원에 각자의 건물을 짓겠다고 나섰다가 공원의 정체성이 흔들려 국민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국민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한다는 취지로 올해 한 달에 한번 꼴로 용산공원 조성 방안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는 세미나 등 공개행사를 열었다.
이번 버스투어도 용산공원을 어떻게 만드는 것이 좋은지 국민의 의견을 듣는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용산공원은 최초의 국가공원으로서 자연과 역사, 사람이 어우러지는 일상과 평화의 상징으로 다시 태어날 예정"이라며 "역사적인 공간을 국민의 품으로 돌려드리려는 것인 만큼 국민들이 직접 오셔서 돌아보실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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