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6·25 전쟁에 참전했던 네덜란드 참전용사들이 당시 전사한 카투사 전우들의 이름을 찾아 나섰다.
네덜란드 한국전 참전용사회(VOKS)는 카투사 전우들의 명단을 만들어 한국전 참전부대인 네덜란드 반호이츠 연대 내 참전기념비에 설치할 계획이라고 4일 밝혔다.
참전기념비 상단에는 네덜란드 전사자 121명의 이름이, 그 하단에는 우리말로 "유엔군 소속 화란부대와 함께 싸우다 전사한 20명의 한국병사를 위하여"라고 각각 적혀있다.
'20명의 한국병사'는 카투사를 가리키는데 그들의 정확한 이름을 알 길이 없어 이런 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VOKS는 아흔을 바라보는 노병들의 기억과 사진 등의 자료에 의존해 카투사 전우들의 이름을 조사하고 있다.
국내외 관련 기관에 협조를 요청하며 연락을 취했지만 관련 기록이 없어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다.
이들의 이런 노력은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 방문을 계기로 알게 된 캠벨 에이시아(10) 양 가족과 연락을 주고받다가 알려지게 됐다.
부산 남구 용문초 5학년인 에이시아 양은 아빠가 캐나다인이고 엄마가 한국인으로 엄마가 사준 전투화와 전투복에 베레모까지 쓰고 유엔군 참전용사들을 만나 손녀 역할을 하는 '민간 외교관'으로 유명하다.
VOKS는 최근 이 초등학생 가족과 주고받은 이메일에서 "매년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한국전 참전 추모행사 때 네덜란드 전사자 121명의 이름을 부르는 '롤콜' 행사를 하는데 한국병사 20명은 이름을 부를 수가 없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네덜란드 참전용사의 아들인 윌렘 브로워 씨는 "네덜란드 참전용사의 롤콜은 하면서 그들의 전우였던 한국병사들의 이름을 몰라 롤콜을 못한다는 것은 불평등한 일"이라며 카투사 전사자의 이름을 조사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카투사는 한국전 초기였던 1950년 8월에 만들어졌다. 참전 미군이 부족해 한국군으로 보충한 것이 카투사의 기원이었다.
네덜란드 반호이츠 부대는 미군이 지원한 카투사와 함께 전투를 치렀다.
한국전쟁 66주년이던 2016년 6월 25일에는 미국 워싱턴DC 한국전쟁 기념공원에서 카투사 전사자 7천52명의 이름을 부르는 롤콜 행사가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재단 주최로 열린 바 있다.
미8군 한국군지원단 관계자는 "한국전 때 카투사 전사자의 명단은 있으나 그들 대부분의 배속 부대나 전투기록 등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11월 11일에는 세계 21개 국가가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향해 1분간 묵념하는 국제 추모행사인 '턴 투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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