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후 다른 병원서 폐암 확진…의료기술 한계 인정해 배상액은 제한
(안양=연합뉴스) 최종호 기자 = 폐암 증상을 감기, 폐렴에 따른 것으로 판단해 적절한 치료를 받을 환자의 기회를 잃게 한 병원이 배상금을 물게 됐다.
이 환자는 감기 진단을 받은 지 10여일 만에 다른 병원에서 폐암 4기 확진을 받고 7개월 뒤 사망했다.
수원지법 안양지원 민사5단독 신동헌 판사는 숨진 A 씨의 유족 3명이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의 B 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B 병원은 A 씨 등에게 모두 4천1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A 씨는 2010년 2월과 2011년 2월 B 병원에서 흉부 컴퓨터 단층촬영 검사를 받았다.
B 병원은 2차례 검사 결과에 대한 판독을 다른 병원에 의뢰해 "양측 폐의 여러 결절이 과거 검사와 비교해 변화가 없고 양측 겨드랑이 등의 림프샘이 커져 있지만 이전과 비교했을 때 큰 변화는 아니지만, 주치의가 환자의 임상적 소견을 고려해 판단하고 추적 검사하라"는 내용의 회신을 받았다.
이에 B 병원 측은 A 씨에게 만성폐쇄성 폐 질환 및 결절 진단을 내리고 이에 따른 처방을 했다.
A 씨는 약 1년 뒤인 2012년 1월 5일부터 호흡곤란과 호흡 시 우측 흉부 통증이 계속되자 같은 달 10일 이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당시 B 병원 의료진은 흉부 고해상도 전산화 단층 촬영검사를 통해 폐렴으로 판단하고 치료했다.
A 씨는 그러나 증상이 나아지지 않자 같은 해 2월 13일 다시 응급실을 찾았고 B 병원 의료진은 이번에는 단순 감기로 진단, 별다른 검사 없이 그를 퇴원하도록 했다.
열흘 뒤 A 씨는 같은 증상으로 방문한 다른 병원에서 폐암을 의심할만한 소견이 보인다는 말을 듣고 며칠 뒤 또 다른 병원을 찾아 흉부 컴퓨터 단층촬영 검사 등을 통해 폐암 4기 확정 진단을 받았다.
그는 이후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폐암이 악화해 2012년 9월 숨졌고 유족들은 B 병원을 상대로 5천만원을 배상하라는 이 사건 소송을 냈다.
법원은 2010년과 이듬해 B 병원에서 진행한 A 씨의 흉부 컴퓨터 단층촬영 검사 영상을 보고 "폐암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보인다"고 답한 각기 다른 병원 3곳의 전문의 의견과 폐암 확진을 받기 불과 10여일 전 B 병원에서 감기로 진단한 점 등을 근거로 B 병원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신 판사는 "피고 병원 의료진은 A 씨에 대한 과거 검사 결과 악성으로 판단할 여지가 있는 폐 결절이 커진 것이 확인되고 당시의 임상의학 수준에 비춰볼 때 악성 병변을 배제할 성격으로 보기 어려움에도 이를 간과하고 추가 검사를 권고하지 않아 A 씨의 치료받을 기회를 잃게 한 과실이 있다"고 판시했다.
신 판사는 "다만, 진단과 치료가 늦어진 것이 폐암의 진행이나 전이 속도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정확하게 알기 어려운 점, 의료기술의 한계로 인해 의사에게 100%의 진단 정확도를 요구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해 배상액을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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