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등산객과 어울리던 새끼 반달가슴곰 결국 쇠창살 갇혀

입력 2018-11-04 07:10  

지리산 등산객과 어울리던 새끼 반달가슴곰 결국 쇠창살 갇혀
귀여움받아 먹이 얻어먹는 습관…'야생성 상실'에 포획 결정
반달가슴곰 증식 위한 정자 공급원 역할할 듯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지난해 5월 러시아 동부 하바롭스크 지방 숲에서 새끼 수컷 반달가슴곰 한 마리가 발견됐다.
부모는 찾을 수 없었다. '고아 곰'으로 불린 이 반달가슴곰은 사냥꾼에 잡히지 않도록 보호소로 보내졌다.
2017년 1∼2월생으로 추정된 이 곰은 같은 해 11월 한반도로 건너왔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복원사업을 벌이는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은 이 반달가슴곰을 러시아에서 데려와 지리산국립공원에 방사했다.
곰은 'RM-62'라는 이름도 얻었다. 러시아(Russia) 출신 수컷(Male)이라는 의미의 'RM'에 고유 번호 '62'를 조합했다.
이 반달가슴곰은 불행히도 지리산 노고단(높이 1천507m) 주변에서 등산객들에 자주 노출됐다.
등산객들은 크기가 작은 새끼 곰인 RM-62를 귀여워해 사진을 찍으며 초콜릿, 과일, 음료 등을 건넸다. RM-62 또한 사람을 경계하지 않고 '선물'에 길들었다.
종복원기술원은 이를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였다.
문광선 센터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곰의 야생성이 유지되지 않아 사람에 계속 접근하면 자칫 사고가 발생해 사람과 곰 모두에게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종복원기술원은 야생성 회복을 위해 RM-62를 노고단 주변에서 포획, 천왕봉(1천915m) 주변으로 옮겼다.
그러나 한 번 사람 손을 탄 RM-62는 계속해서 등산객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먹이를 얻어먹었다. 등산객들은 이 새끼 곰의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RM-62를 추적 관찰하던 종복원기술원은 이 곰이 페트병에 담긴 오미자 음료를 들고 마시는 영상을 마지막으로 다시 포획하기로 확정했다.
결국, 지난달 26일 잡힌 이 곰은 전남 구례군에 있는 종복원기술원의 우리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키는 138㎝, 몸무게는 58.7㎏으로 측정됐다.
당초 종복원기술원은 RM-62가 적당히 야생성을 유지하며 자연에서 겨울잠에 빠져들기를 바랐다고 한다.
문광선 센터장은 "동면 과정을 거치며 야생성을 되찾고 체격이 더 커져 사람과 서로 피하는 사이가 되기를 기대했는데, 결국 겨울잠에 들기 전 불가피하게 회수했다"고 말했다.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RM-62는 여생을 우리에 갇혀 지내며 반달가슴곰 증식을 위한 정자 공급원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문 센터장은 "사람한테 먹이를 얻어먹던 기억을 떨쳐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새끼일 때부터 평생 쇠창살에 갇혀 지낼지도 모르는 운명이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ksw08@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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