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하강 우려 큰데…11월 한은 금리인상 신호 살아있나

입력 2018-11-04 07:11  

경기하강 우려 큰데…11월 한은 금리인상 신호 살아있나
한미 금리 역전 폭 확대에 부동산값 상승 등 부담
이번 주 금통위 의사록·금통위원 간담회 등 주목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 한국은행이 11월 금리 인상 신호를 줬지만 경기하강 우려 등으로 동결 전망도 적지 않다. '실기론'도 솔솔 나온다.
4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10월 금통위 전에 2.09%(8일)로 올랐다가 29일 1.89%까지 떨어졌다. 주가가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친 여파다. 최근 발표된 경제 지표에 담긴 경기 상황도 좋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미중 무역분쟁 완화 조짐에 금리도 반등했지만 2일 기준 여전히 2% 밑이다.
한은은 지난달 18일 금통위 이후 입장에 큰 변화가 없다.
이 총재는 지난달 22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11월 인상 여부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1주일 후 종합 국감에서는 "경기 하방압력 요인이 커 보인다"라고 물러서는 듯한 말을 했다가 채권금리가 뚝 떨어지자 오후에는 "금리를 한 번 올린다고 긴축은 아니고 정상화 과정"이라며 수위를 조절했다.
2일엔 은행장들과 금융협의회에서 "최근 금융시장 움직임은 과거 불안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이미 금리 인상을 향해 상당히 멀리 왔다.
7월부터 금리 인상 소수의견이 세 차례 나왔고 지난달에는 인상 의견이 2명으로 늘었다. 총재만 결심하면 4대 3으로도 인상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이낙연 국무총리 등 정부 당국자들 금리 발언이 없었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지도 모른다.
금통위 의결문에서도 '신중히'라는 문구를 삭제했다. 금리 인상이 멀지 않았음을 공식화한 것이다.
그러나 한은이 가던 길을 계속 간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발목을 잡는 것은 경기다. 수출은 호조지만 투자가 감소세다. 소비 증가는 겨우 경제 성장세 수준이고 고용 사정은 빨리 좋아지기 어렵다. 그나마 물가상승률이 10월에 2%를 찍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을 포함한 국내외 기관들이 내년 한국 경제 성장 눈높이를 낮추고 있으며, 구조적으로 경제 활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늘어난다.
이렇게 비관적인 분위기에 금융시장이 흔들리자 과거 위기사례까지 다시 떠올리는 분위기다.
나라 밖 사정도 녹록지 않다. 미 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분쟁이 최대 변수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긴축 계획도 경제 지표가 꺾이는 모습에 수정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일본도 서두르지 못하는 분위기다.
반면 다른 한쪽엔 금융안정 이슈가 있다.
이르면 다음 달 한미 정책금리 역전 폭이 1%포인트로 확대된다. 당장 자금이 빠져나가진 않겠지만 불안감은 커진다. 건조해지면 산불이 날 확률이 높아지는 것과 같다.
내년 상황을 예상하면 지금이라도 금리 인상이 늦지 않았다는 견해도 많다. 경기는 더 안 좋은데 한미 금리 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부동산 시장도 여전히 예의주시해야 한다. 한국경제 '뇌관'인 1천5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가 연결돼있다.

결국 한은의 어떤 결정도 호평만 받긴 어려운 상황이다. 금리 인상 후 잡음이 거의 없던 1년 전과는 달라 보인다.
이는 지난 국감에서도 확인됐다. 금리 인상이 경기침체 골을 깊게 할 것이란 우려와 부동산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견해가 충돌했다.
금통위 회의까지는 4주 가까이 남았다. 앞으로 미 중간선거 후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 등이 특히 눈여겨볼 부분이다.
이번 주엔 금리 관련 메시지가 줄줄이 나올 예정이다. 6일엔 10월 금통위 의사록이 공개되고 7일엔 임지원 금통위원이 첫 기자간담회를 한다. 8일엔 국회에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제출한다. 지금으로선 한은이 금리 인상 신호음을 낮추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mercie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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