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지풍파에도 강팀 DNA 입증한 넥센…KS 문턱에서 좌절

입력 2018-11-02 23:28  

평지풍파에도 강팀 DNA 입증한 넥센…KS 문턱에서 좌절
젊은 선수 대거 발굴…구단 안정 찾으면 단숨에 우승권




(인천=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대표 이사의 실형 선고, 현금 트레이드 파문, 메인 스폰서비 지연 지급, 핵심 선수의 성폭행 혐의 조사, 주전 선수의 줄부상.
이 중 하나만 프로야구단에 벌어져도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힘든 파급력이 큰 사건들이다.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는 한 시즌에 이 모든 평지풍파를 겪고도 2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선수단에 '강팀 DNA'가 새겨져 있다고밖에 볼 수 없는 대목이다.
올해 2월 넥센은 이장석 전 대표 이사의 직무 정지로 한해를 열었다.
이 전 대표는 횡령과 배임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 2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3월에는 메인스폰서인 넥센타이어가 구단의 파행 운영을 이유로 스폰서비 지급을 잠정 중단했고, 4월에는 장정석 감독이 구단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린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됐다.
잠시 숨돌릴 틈도 없이 5월에는 야구판에 알음알음 소문만 무성했던 현금 트레이드가 구단 내부 문건을 통해 공개됐다.
넥센이 트레이드로 챙긴 뒷돈만 무려 131억5천만원으로 드러났고, KBO는 구단에 제재금 5천만원 징계와 함께 6억원 환수까지 선언한 상황이다.
선수단 내부에서도 그라운드 안팎에서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박병호와 서건창은 시즌 초반 부상으로 상당 기간 전열을 이탈했고, 사상 최고액으로 영입한 외국인 투수 에스밀 로저스는 경기 중 타구에 맞아 손가락이 부러져 짐을 쌌다.
'6억 팔' 신인 안우진은 고교 시절 학교 폭력에 연루한 게 드러나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으며, 주전 포수 박동원과 마무리 조상우는 선수단 숙소에 여성을 불러들여 성폭행했다는 혐의로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처럼 넥센의 2018시즌 사건·사고는 하나씩 나열하는 데도 한참 걸린다.
풍전등화에서 넥센은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구단이 어려운 처지에 놓이자 선수단은 '우리마저 흔들리면 안 된다'며 하나로 뭉쳤다.
보통 난파선에는 살기 위해 혼자만 뛰어내리는 선원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넥센은 적어도 남은 사람끼리는 별다른 잡음을 내지 않고 승리라는 공동 목표를 향해 전진했다.
시즌 초 주전 선수의 줄부상 때는 김규민, 김혜성, 송성문 등 2군에서 빛을 못 보던 신예 선수가 맹활약을 펼쳐 공백을 메웠다.
체계적인 선수 육성 시스템을 앞세워 2군에 유망주를 차곡차곡 쌓아뒀던 넥센의 준비성이 빛을 본 순간이다.
그라운드에서 신인급 선수가 깜짝 활약을 펼쳤다면, 라커룸에서는 베테랑 선수가 구심점 노릇을 했다.
팀 최고참 이택근은 동요하는 선수단을 다독였고, 서건창의 부상으로 갑작스럽게 주장을 맡은 김민성은 자신의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후배를 위해 발을 벗고 나섰다.
부임 2년 차를 맞이한 장 감독의 지도력도 빛났다.
그는 구단의 대소사를 두루 보고(볼 감·監) 살피는(살필 독·督) 전통적인 의미의 감독이 아니라 선수단 관리만을 책임지는 메이저리그식 '매니저'에 가까웠다.
장 감독은 각 분야 코치의 전문성을 존중해 선수 지도 권한을 일임하고, 자신은 그 가운데서 조율하는 일에만 전념했다.
선수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 건 넥센의 시스템 야구와 시너지 효과를 냈고, 이는 경기력으로 이어졌다.


7월까지 5할에 못 미치는 승률로 힘겹게 중위권에서 버티던 넥센은 8월 시작과 동시에 11연승 행진을 달리며 단숨에 4위로 올라섰다.
시즌 막판에는 한화 이글스와 3위 경쟁을 벌였지만, 끝내 뒤집기에는 성공하지 못해 2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만족한 채 시즌을 마쳤다.
플레이오프에서 행진을 마감한 넥센의 가을 야구는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기에 충분하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정규시즌 5위 KIA 타이거즈를 한 판 만에 제압했고,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정규시즌 한화 이글스를 3승 1패로 꺾었다.
넥센이 준플레이오프를 통과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넥센은 젊은 선수의 패기를 앞세워 플레이오프에서도 돌풍을 이어갔다.
먼저 2경기를 내준 뒤 2연승으로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렸지만, 5차전에서 연장 대결 끝에 10-11로 아깝게 패해 한국시리즈 문턱에서 시즌을 마감했다.
이제 넥센은 구단의 미래를 결정할 운명의 스토브리그를 맞이한다.
플레이오프 기간 넥센은 새로운 스폰서와 계약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인정했다.
넥센이 재정적으로 탄탄한 메인스폰서를 찾는다면, 올해 가을 야구에서 경험을 쌓은 젊은 선수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더 높은 곳까지 바라볼 수 있다.
4b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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