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공단·인사처의 '공상 불인정' 판단 뒤집어
"앞면 개방된 임시 사무실서 종일 상담…민원인 욕설도 스트레스"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지난해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소속 '광화문 1번가'에 파견돼 현장 민원 접수를 담당하다 뇌경색으로 쓰러진 공무원에게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단독 심홍걸 판사는 행정안전부 소속 A(45) 사무관이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공단에 "요양 불승인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A 사무관은 지난해 5월 인사발령에 따라 국정기획자문위가 운영하는 '광화문 1번가'에서 현장 근무를 했다.
광화문 1번가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국민에게 직접 정책 제안을 받겠다는 취지로 광화문대로 옆 세종로 공원에 만든 센터다. 컨테이너 2개를 연결해서 만든 임시 사무실로, 앞면은 완전히 개방돼 있었다.
A 사무관은 광화문 1번가 파견 26일 차인 지난해 6월 20일 오후 고령의 민원인을 상담하다 어지럼증을 느껴 자리를 옮겼다가 화장실에서 쓰러졌다. 이후 병원에서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
A 사무관은 공무원연금공단에 요양 승인을 신청했다가 기각당하자 인사혁신처에 재심을 청구했고, 이마저도 기각되자 법원에 소송을 냈다.
심 판사는 공단과 인사처의 재심 결정을 모두 뒤집고 A 사무관의 뇌경색은 업무 스트레스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판단했다.
심 판사는 앞면이 완전히 개방된 컨테이너 임시 사무실에서 온종일 민원 상담을 하는 건 통상적인 근무 환경으로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임시 사무실 근처에서 수시로 각종 행사가 열려 상당한 소음에 노출된 것도 근무 환경의 문제점 중 하나로 꼽았다.
그간 내근 업무만 해 온 A 사무관 입장에서는 현장 상담 업무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데다, 정책 제안보다는 행정부나 사법부에 불만을 가진 이들의 민원이 많고 이 과정에서 욕설을 듣는 것도 상당한 스트레스였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심 판사는 "원고가 평소 철저하게 건강관리를 한 것으로 보이고 과거 검진 기록상으로도 특별한 사항이 없었던 점을 보면 원고의 격무와 스트레스는 뇌경색 발병에 영향을 미쳤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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