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노믹스·국경봉쇄 선전에 '분열의 정치' 심판론
"민주당 의회는 불황·치안불안" vs "트럼프 탓 미국가치 손상"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 전·현직 대통령이 국론분열 속 정치적 대척점에서 중간선거 승부수를 던졌다.
마지막 주말 유세를 시작한 도널드 트럼프(공화) 대통령은 경제정책 성과를 강조하고 불법이민에 대한 공포를 자극했다.
이에 맞선 버락 오바마(민주)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자유민주적 가치를 훼손한다며 정권 심판론을 외쳤다.
AP, AF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를 사흘 앞둔 3일(현지시간) 몬태나주, 플로리다주를 돌며 지원 유세를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몬태나주 벨그레이드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이번 선거는 아주 간단하다"며 "공화당이 장악하는 의회는 일자리가 더 많고 범죄가 더 적은 것, 민주당이 장악하는 의회는 범죄가 더 많고 일자리가 더 적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감세와 보호무역을 바탕으로 한 트럼프노믹스(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가 호황을 부른다는 점, 자신의 강경한 이민정책 덕분에 이민자들의 범죄가 봉쇄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선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경제가 세계에서 가장 뜨겁다"는 말을 이날도 되풀이했다.
그는 국경으로 향하는 이민자 행렬(캐러밴) 대해 "그 무리에 일부 나쁜 남자들이 있다"며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아주 나쁜 300인 목록'에 있는 이들이 포함돼 있다고 강조했다.
전날 대중 앞에 재등장한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정책기조에 대한 심판론을 꺼내 들었다.
대통령 임기 중간에 상하원 의원의 3분의 1, 주지사의 절반가량을 바꾸는 중간선거는 대통령과 집권당에 대한 심판 성격이 짙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조지아주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과 집권 후 미국의 풍토 변화를 거론하며 미국이 위기에 몰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투표하라고 당부하기 위해 여기 나왔다"며 "미국이 갈림길에 섰고 우리나라의 성격이 투표로 결정될 것이기 때문에 투표하지 않고 그냥 집에 있을 때 그 대가가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플로리다주 유세에서도 트럼프 정부 출범 후 미국이 분열되고 있다며 미국 가치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는 기존 대통령과 다른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 때문에 인권, 다양성 포용, 법치 등 미국의 자유 민주주의 가치가 위협받는다는 논란이 거세졌다.
특히 미국 국론을 양분하는 정부 정책과 뚜렷한 정치적 성향을 띠는 강력사건이 잇따라 불거져 중간선거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이민자와 유대인을 혐오하는 남성이 유대교 회당에서 총기를 난사해 11명을 살해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추종자가 오바마 대통령을 포함한 그의 정적들 앞으로 사제폭탄 소포를 보내는 사건이 발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민자 행렬을 막기 위해 정규군을 멕시코와의 국경에 투입하고, 미국에서 태어난 이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밝혀 또 다른 논쟁을 촉발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곡예'를 하고 있다며 "사람들을 화나게 하고 선동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분열의 정치를 비난했다.
민주당 지원을 위한 막판 스퍼트에 나선 오바마 전 대통령은 4일 일리노이주 시카고, 인디애나주에서 트럼프 심판론에 더 속도를 붙일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견제구를 던지고 있다. 지난 2일 유세 때 지지자들 앞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중간이름 '후세인'까지 포함해 "버락 H. 오바마"라고 불렀다.
대선후보 시절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하와이에서 태어난 미국인이 아니라 케냐 출신 무슬림이라는 음모론을 부채질한 바 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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