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와 문단내 성폭력 사건이 큰 영향 줬다"(종합)

입력 2018-11-05 15:53  

"세월호와 문단내 성폭력 사건이 큰 영향 줬다"(종합)
올해 대산문학상에 강성은·최은미·우찬제·조은라-스테판 브와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세월호와 문단 내 성폭력, 두 가지 사건이 가장 큰 영향을 줬습니다. 그런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시 쓰기가 굉장히 힘들어서 시를 못 쓰는 시간이 꽤 많았는데, 그럼에도 제가 써야할 것과 제 시가 지켜내야 할 것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시간들을 견디고 이겨내는 차원에서 시 쓰기를 했습니다."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이 주관하는 올해 제26회 대산문학상 시 부문 수상자 강성은(45) 시인은 5일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수상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시집 'Lo-fi'(로-파이)로 상을 받게 된 그는 "이전의 시들은 내가 그려내고 싶은 환상적인 세계였다면, 이번 시집에서는 환상을 꿈꾸기 굉장히 두려운 상태가 되어서 암울한 세계가 시에 드러난 것 같다. 내가 살고 있는 세계가 사후가 아닌가. 이 세계에서 살아있는 것과 죽음이라는 것의 차이는 뭐고 경계는 뭔가 하는 고민이 담겨 있다"고 작품 세계를 설명했다.


그의 시집은 심사위원들로부터 '유령의 심상세계와 좀비의 상상력으로 암울하고 불안한 세계를 경쾌하게 횡단하며 끔찍한 세계를 투명한 언어로 번역해 냈다'는 평을 받았다.
대산문학상 소설 부문 수상작은 최은미(40) 장편소설 '아홉번째 파도'가 선정됐다. 핵발전소를 둘러싼 찬반 갈등과 사이비 종교 집단, 하도급 비정규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현실 등 묵직한 사회문제들을 밀도 높게 다뤄 출간 당시부터 주목받은 작품이다.
심사위원들은 '감각적이면서도 치밀한 묘사, 사회의 병리적 현상들에 대한 정밀한 접근, 인간 심리에 대한 심층적 진단, 허구의 언어로 강력한 리얼리티를 구축하는 작가의 저력 등이 높은 문학적 성취를 이뤘다'고 평했다.


최은미 작가는 "이전 단편들에선 나 자신에 집중했다면 이 소설을 쓰면서 비로소 타인을 생각하고 바라볼 수 있었다. 점점 써가면서 결국 소설 쓰는 일이 타인을 경유해서 다시 자신을 마주하는 일이란 걸 알게 됐다. 이 작품으로 큰 상을 받았다는 게 굉장히 큰 의미가 있고, 계속 확신을 갖고 글을 써나가는 용기를 얻는 계기가 됐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평론 부문에서는 우찬제(56) 비평집 '애도의 심연'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심사위원들로부터 '텍스트의 심미성과 상상력에 대한 정치한 독해를 펼쳐감으로써, 현장 비평이 텍스트에 최대한 근접하고 그것의 맥락과 기원을 탐색하는 작업임을 명징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우찬제 평론가는 "세월호 이후 우리 사회가 애도의 주제에 대해 많이 고민했던 것 같다. 그 주제를 갖고 계속 고민하다 보니 그것을 직접·간접적으로 다루지 않더라도 진정한 문학이 하는 일은 존재와 관련한 애도의 문제 아닌가 생각했다"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우리 시대의 아픔을 함께하면서 새로운 희망의 원리를 어떻게 같이 찾아나갈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번역 부문 수상작은 조선 후기 박지원의 단편소설들을 불어로 번역한 'La Remontrance du tigre 호질: 박지원단편선'이다. 홍익대 불문과에서 교편을 잡은 조은라(51), 스테판 브와(52) 교수가 함께 번역했다.


프랑스인으로, 한국에서 오랫동안 지내며 김승옥의 '무진기행' 등을 불어로 번역한 스테판 브와는 "박지원이라는 작가는 조선시대 아웃사이더라 할 수 있는 작가다. 소설 속에 등장시킨 계층이 하층민이고 풍자적인 내용이 많아 관심이 있었다. 그의 작품이 서구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렇게 번역해 소개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선이라는 시대가 굉장히 먼 것처럼 이해하지만, 사실 그렇게 멀고 오래된 것이 아니라 오늘날과 굉장히 근접한 사회라고 생각한다. 계층·계급이 여전히 존재하고 '양반'이란 말은 없지만 또다른 형태의 양반이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다. 이런 한국의 고전문학이 프랑스에 거의 번역돼 있지 않아 아쉽다. 좀더 많은 고전 작품이 번역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상자에게는 각각 상금 5천만원이 수여된다. 시와 소설 수상작은 번역 지원을 받아 해외에서 출간된다.
시상식은 오는 27일 오후 6시 30분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mi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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