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저 피의 바다는 우릴 보고 조근 조근 말을 전합니다…아픈 모든 사연들은 가슴속 깊이 깊이 묻어둘 일이며, 아물지 않은 상처, 소리 지르고 싶은 고통, 보상받고 싶은 심정 그 모든 것, 용서와 사랑과 화해로 대신할 일이라고"
5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터진목에서 열린 '성산읍 4·3 희생자 위령제'에서 강중훈 시인의 추모시 "아직도 구천을 헤매고 다니시나이까"가 확성기를 타고 울려 퍼졌다.
관광 명소로 사랑받는 성산일출봉이 한눈에 들어오는 경관을 자랑하는 터진목은 성산지역 4·3사건 전체 희생자(450여명)의 절반에 달하는 200여 명이 집단 학살당한 곳이다.
희생자 유족과 지역 주민 등 150여명이 참석한 위령제는 국민의례, 주제사, 추도사, 헌화 및 분향의 순서로 진행됐다.
성산읍 4·3희생자유족회 정순호 회장은 주제사를 통해 "저희는 가슴 속 깊은 곳에 자리한 슬픔과 지울 수 없는 아픔을 품고 영령님들의 명복을 빌기 위해 모였다"며 "영령님들의 명예 회복이라는 남은 과제를 정의롭게 해결하기 위해 뜻을 모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은 4·3 70주년 추념식에 참석해 4·3의 완전한 해결을 약속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을 상기시키며 "지금 제주는 아픔을 딛고 평화와 생명의 땅으로 부활하고 있다"며 "4·3 영령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높이고 후세대들과 함께 가꿔야겠다"고 했다.
양윤경 서귀포시장은 "다 함께 4·3의 평화와 상생 정신을 거양할 수 있도록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조훈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은 "70주년을 맞은 4·3이 많은 국민들이 인정하는 대한민국의 당당한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면서도 "유족 배보상과 불법재판 수형기록 무효화 등을 해결하기 위한 긴장을 늦춰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성산읍 4·3희생자유족회는 2010년 터진목에 위령비를 세우고, 2011년엔 노벨문학상 수상자 장마리 귀스타보 르 클레지오가 제주4·3에 대해 쓴 글이 새겨진 문학비도 세웠다. 올레1코스 구간이기도 한 이곳을 지나는 관광객이나 주민들은 이 비석들을 통해 4·3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jiho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