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포에서 삭제까지…양진호 '불법음란물' 세계 지배자였다

입력 2018-11-05 16:20  

유포에서 삭제까지…양진호 '불법음란물' 세계 지배자였다
헤비업로더·필터링 업체·디지털장의업체 '카르텔'의 정점
경찰, 헤비 업로더 등 다수 조사 중…"수사 상당히 진척"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폭행과 엽기행각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불법촬영 영상을 포함한 각종 영상물을 웹하드를 통해 유통하고, 이를 돈 받고 삭제해주는 이른바 '웹하드 카르텔'의 정점에 있었다는 사실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양 회장이 국내 웹하드 업체 1·2위 격인 위디스크와 파일노리를 운영하면서 1천억원대 부를 축적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이처럼 왜곡된 카르텔 구조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웹하드 카르텔이란 각종 영상물 등 자료 유통 플랫폼인 웹하드 업체와 방대한 자료를 제공하는 헤비 업로더, 불법자료를 거르고 삭제하는 필터링 업체와 디지털장의업체 등이 한통속이 돼 음란물을 비롯한 불법 영상자료를 조직적으로 담합해 유통하고 삭제하는 것을 일컫는다.
양 회장이 이런 웹하드 카르텔 구조의 정점에 서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웹하드 시장에서 가장 활발히 거래되는 상품은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음란물을 포함한 불법영상물 등이다.
양 회장이 실소유주로 알려진 위디스크와 파일노리는 웹하드에서 활발하게 유통되는 불법영상물을 다량으로 올리는 헤비 업로더 다수를 지속해서 관리했다.
헤비 업로더는 일반 회원과는 비교할 수 없는 방대한 자료를 올리고 그 대가로 현금화 할 수 있는 포인트를 받아 챙겼다. 사실상 돈을 받고 불법음란물을 올린 것이나 다름없다.
위디스크와 파일노리는 업로딩 업체 4곳과도 계약을 맺고 영상물을 대거 공급받으면서 세를 불렸다.



위디스크 등 두 업체가 영상물과 관련해서는 '없는 게 없는' 국내 최대 규모 웹하드 업체가 된 배경이다.
무분별하게 영상물을 유통하다 보면 저작권법을 위반할 여지가 커지기 때문에 양 회장은 이런 영상물을 여과하는 역할을 맡는 필터링 업체도 뒀다.
과거 저작권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양 회장이 다시 같은 법으로 처벌받지 않기 위해 검열 체계를 둔 것으로 분석된다.
더욱이 양 회장이 실제 운영자인 이 필터링 업체는 디지털장의업체(사이트)까지 운영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장의업체는 몰카 등 불법영상물 피해자들의 의뢰를 받아 영상이나 사진을 삭제·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피해가 확산하는 것을 그나마 막아줄 '고마운' 존재로 여긴다.
경찰은 양 회장이 위디스크와 파일노리를 통해 음란물을 포함한 불법 영상물 등을 광범위하게 유통하고, 이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들이 돈을 내면 디지털장의업체를 이용해 삭제해주는 것을 조직적으로 주도했다고 보고 수사하고 있다.
아울러 의혹만 무성했던 웹하드 카르텔의 실체가 상당 부분 드러났다고 보고 관련자를 불러다 조사 중이다.
경찰의 판단이 맞는다면 결국 양 회장은 영상물 유포와 필터링, 삭제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불법영상물 피해자들에게 '병과 약'을 동시에 주는 불법음란물 세계의 지배자로 군림한 셈이다.



현재 경찰은 양 회장 및 위디스크·파일노리 대표, 필터링 업체 대표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및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또 헤비 업로더 다수를 같은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또 업로딩 업체 4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이고, 이를 통해 확보한 자료 분석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가 상당히 진척됐다는 것 이외에 자세한 사항은 말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ky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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