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인권이사회서 사우디 인권위원장 밝혀…동맹국 美도 진상조사 촉구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5일(현지시간)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언론인 카슈끄지 살해 사건에 가담한 범인들을 기소할 목적으로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반다르 알 아이반 사우디 인권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유엔의 국가별 정례인권 검토(UPR) 모두 발언에서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이 공안 검찰에 적용 가능한 법률에 따라 범인들을 법정에 세울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UPR은 4년 6개월마다 유엔 회원국의 전반적 인권 상황을 검토하고 개선사항을 권고하는 회의다. 193개 유엔 회원국은 인권이사회(UNHRC)의 UPR을 받아야 한다.
이날 사우디의 UPR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자말 카슈끄지 피살사건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사우디의 동맹인 미국은 "계획된 살인을 명백히 규탄한다"며 "적법 절차에 따라 완전하고 포괄적이며 투명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조사 결과도 공개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프랑스는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들에게 테러 혐의를 적용해 사형을 선고하는 것을 중단할 것을 사우디에 촉구했다.
이집트와 쿠웨이트 등 아랍 국가들은 사우디 UPR에서 카슈끄지와 관련된 발언을 하지 않았다.
[로이터 제공]
한편 아이반 위원장은 UPR 시작 전후 카슈끄지 살해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용의자 18명의 소재 등을 묻는 취재진의 말에 "조사가 진행 중이다"라며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사우디 왕실에 비판적인 칼럼을 썼던 카슈끄지는 지난달 2일 재혼에 필요한 서류를 받으러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 들어갔다가 피살됐다.
카슈끄지 피살사건 수사를 주도하는 터키는 사우디 국왕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은 피하면서도 왕실이 연관돼 있다는 의혹을 지속해서 제기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달 2일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국왕이 카슈끄지 암살을 지시했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면서도 정부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겨냥한 듯 "지시는 사우디 정부 최고위층한테서 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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