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를리 에브도 테러' 당시 현장에 있던 랑송의 논픽션 '르 랑보' 수상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페미나상(Prix Femina)의 올해 수상의 영예는 언론인 겸 작가 필리프 랑송의 논픽션 '르 랑보'(Le Lambeau)에 돌아갔다.
페미나상 선정위원회는 5일(현지시간) 랑송이 올해 4월 출간한 '르 랑보'를 올해의 문학상 수상작으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조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제목의 이 작품은 소설이 아니라, 작가 자신의 테러 생존기다. '르 랑보'는 흔히 외과에서 이식수술용 뼛조각을 의미한다.
프리랜서 언론인으로 다양한 매체에 글을 기고해온 랑송은 2015년 1월 7일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의 파리 시내 편집국에 난입해 총기를 난사했을 당시 바로 그 현장에 있었다.
12명이 희생된 이 테러에서 살아남은 랑송은 현장에서 턱 부분에 총을 맞는 중상을 입었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책에는 총에 맞은 랑송이 가까스로 눈을 떴을 때 머리에 총을 맞아 숨진 경제학자 베르나르 마리스의 피와 뇌수가 낭자한 모습 등 테러 현장의 공포와 충격적인 모습이 묘사됐다.
'르 랑보'에는 랑송의 십 수차례에 걸친 대수술과 치료 등 육체적인 붕괴와 재건을 감내하는 과정, 공포와 환각 등 정신적 후유증에 맞서 싸우는 길고 험난한 여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랑송은 그러나 자신에게 범인들에 대한 증오의 감정은 없었다고 술회한다.
지난 5월 일간지 르피가로와 인터뷰에서 그는 "내 싸움의 과정에서 증오가 엄습하지는 않았다. 만약에 그랬다면 내 싸움의 어려움만 더 컸을 것"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랑송은 수술과 치료를 반복하며 극심한 고통을 참는 과정에서도 의료진을 관찰하며 정확함과 결단의 중요성, 대자연 앞에서의 겸손함 등 삶의 지혜를 깨닫기도 한다.
'르 랑보'는 올해 4월 출판사 갈리마르에서 출간된 이후 기록문학으로서 프랑스 평단과 대중의 호평을 받았다.
랑송은 "나는 사회학자도 정치인도 아니고 또 염세적인 사람이지만, 한 사건의 피해자로서 진솔하고 속임수 없이 이야기함으로써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독자에게 다가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작품은 허구를 다룬 소설이 아니라는 이유로 프랑스 최고 문학상으로 꼽히는 공쿠르상 후보에는 오르지 못했다.
공쿠르 위원회의 베르나르 피보 위원장은 한 인터뷰에서 "이 작품은 상상의 산물이 아닌 증언"이라면서 "매우 좋은 책이고, 아마도 올해 나온 책 중에 가장 아름다운 책일 수 있지만, 공쿠르상이 지향하는 '최고의 소설'이라는 범주에는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페미나상 외국어소설 부문에는 미국의 아일랜드계 여성 작가 앨리스 맥더못의 '아홉 번째 시간'(The Ninth Hour)이, 에세이상은 프랑스의 여성 철학자이자 작가인 엘리자베스 드 퐁트네의 '밤의 가스파르'(Gaspard de la nuit)에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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