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軍심리전단장, 김관진 재판서 "상관도 못 지킨 죄인" 토로

입력 2018-11-06 11:30  

전 軍심리전단장, 김관진 재판서 "상관도 못 지킨 죄인" 토로
미국 스노든 사례와 비교하며 "부럽다 못해 한숨 나온다" 발언도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2012년 대선 당시 군의 '댓글 공작'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 이태하(65) 전 국군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장이 같은 혐의로 기소된 김관진(69) 전 국방부 장관의 재판에서 "천하의 죄인이자 조롱거리로 타락한 느낌"이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 전 단장은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김태업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 전 장관과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 등의 군형법상 정치관여 등 혐의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렇게 밝혔다.
증인신문에 앞서 "증언석에 서는 심경을 한 말씀 드리고 싶다"며 발언 기회를 얻은 그는 "국가 안보를 위해 작전을 묵묵히 수행한 부하들이 범죄자가 돼 어려운 생활을 하는 것은 모두 나의 무능력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하를 지키지 못한 자신이 원망스럽고 한탄스러운데, 오늘은 굳게 믿은 장관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참담하다 못해 서글프다"며 "부하를 지키지 못했는데 상관도 못 지켜 천하의 죄인, 조롱거리로 타락한 느낌"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한 사찰 행위를 폭로한 뒤 러시아로 망명한 전 NSA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사례를 거론했다.
이 전 단장은 "당시 키스 알렉산더 NSA 국장은 사실을 인정한 뒤 책임지고 제도 개선을 약속했고, 이후 요원들은 처벌하지 않고 법령과 조직이 개선됐다"며 "그런데 우리는 심리전단에 대한 전수조사와 압수수색을 통해 만천하에 군 기밀 조직이 공개되고 범죄 집단으로 낙인찍혔다"고 양국 사례를 대비시켰다.
그는 "비슷한 외국 사례를 보면 부럽다 못해 한숨이 나온다"면서 "오늘 증언이 현재 군 생활을 하는 후배들에게 상관에 대한 불신이나 '국가에 대한 충성은 별 것 아니다'라는 인식을 줄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이 전 단장은 18대 대선을 전후해 사이버사 부대원 121명에게 총 1만2천365건의 정부 정책을 옹호하는 댓글을 달도록 하고, 범행이 밝혀지자 관련 증거를 없애거나 허위 진술을 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후 대법원이 일부 무죄로 판단된 부분이 잘못됐다고 판단함에 따라 2심 재판을 다시 받고 있다.
김관진 전 장관 등은 당시 댓글 공작을 지시하고, 2013년 이 의혹에 대한 국방부 조사본부의 수사를 방해한 혐의 등이 드러나 올해 초 기소됐다.
sncwoo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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