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주요 지표 대부분 부진 전망…수출은 대외 불확실성 커
"통화 완화기조 유지 필요…재정역할 필요, 지나친 의존엔 주의"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국내 최고 경제연구기관으로 꼽히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내년 경제전망은 소비·투자·고용 등 대부분 지표에서 밝지 않다.
올해 회복 기미가 없는 투자 부진은 내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고 그나마 살아나던 소비도 꺾일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은 경제성장률을 상회하는 호조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이마저도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KDI는 산업경쟁력 강화 노력 없이는 앞으로 뚜렷한 성장률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를 위해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여력'은 제한돼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재정 만능주의'에 대한 경계심도 부각했다.
◇ 내년이 더 안 좋다…고용부진·마이너스자산효과로 소비 제약
KDI는 6일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6%로 예상했다.
이는 올해(2.7%)보다 0.1%포인트 낮은 것이며,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3.7%)과도 큰 차이가 있다.
성장률 부진은 주로 소비·투자 등 내수 부진에서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내년 총소비 증가율은 올해(3.3%)보다 0.2%포인트 높은 3.5%로 전망됐다.
하지만 정부 소비를 제외한 민간 소비 증가율은 올해(2.8%)보다 낮은 2.4%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상반기 3.2%나 증가하면서 총수요를 견인한 민간소비가 내년에 눈에 띄게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KDI는 소비 부진 요인으로 고용 부진, 근로시간 단축 논란 등 각종 경제 불확실성을 들었다.
부동산 규제에 따른 가격 하락과 주가 불안 등으로 촉발된 마이너스 자산효과도 소비를 제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부진한 투자 기조는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KDI는 올해 설비·건설 투자가 각각 1.8%, 3.6% 감소해 전체 성장률을 각각 0.5%포인트씩 끌어내릴 것으로 예측했다.
내년 설비투자는 1.3% 증가하고 건설투자는 -3.4%로 감소 폭을 줄이겠지만, 올해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부진한 기조는 계속된 것이 KDI의 설명이다.
김현욱 KDI 경제전망실장은 "올해 하반기 위축됐던 투자가 내년에 그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설비투자 증가율은 나아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부진한 상황이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내년 급격한 취업자 수 증가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올해 4분기 취업자 증가 폭은 0명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내놨다.
그나마 수출은 세계 교역량 증가세 둔화에도 경제성장률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주요 효자 품목인 반도체 가격 급락 가능성,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우려, 미국 금리 인상 등을 주요 위험요인으로 지목해 이마저도 불확실성이 큰 호재라는 점을 부연했다.
◇ 산업경쟁력 강화 노력 필요…재정 적극적 역할도 주문
KDI는 보호무역주의 장기화와 저성장 고착화 등에 대응하기 위한 적극적인 재정 역할도 주문했다.
다만 재정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자칫 경기 대응 여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했다.
이를 위해 중장기적인 지출 수요와 세입 규모 예측을 통해 합리적인 재정 총량 관리원칙을 세우고, 이에 따라 재정을 안정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완화적 기조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근원물가 수준이 1%대 초반의 낮은 수준이라는 점을 들어 수요 측면의 물가 압력은 낮은 상황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민간소비 증가세가 약화하고 있고 고용도 회복되지 못하는 점에서도 통화정책 기조를 긴축으로 전환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해당 시장의 불균형에 직접 대응할 수 있는 미시적 정책 수단을 우선 동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KDI는 무엇보다 성장률 회복을 위해 산업경쟁력 강화 노력이 절실함을 강조했다.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빈약해진 생산 능력을 적극적인 투자로 회복해야 하는데 아직 그 노력이 더디다는 뜻이다.
올해 7월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1년 전 같은 달보다 1.3% 감소하면서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1971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김현욱 실장은 "각 제조업의 산업생산능력에 대한 보완과 산업경쟁력 강화 노력 없이는 앞으로 우리 경제가 괜찮은 성장률 회복하는 데 어려운 국면에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roc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