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용배상판결 일주일…韓 '정중동' 속 목청 높이는 日

입력 2018-11-06 11:52   수정 2018-11-06 13:30

징용배상판결 일주일…韓 '정중동' 속 목청 높이는 日
정부, 총리주도 민관검토 기구 추진하며 조용한 대응
日, 징용 강제성 부정하며 '한국이 책임지라'고 공세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일본 기업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지 6일로 일주일이 지난 가운데, 한일 양국 정부의 후속 대응은 외견상 자못 대조적이다.
일본은 '한일청구권협정에 위배되는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연일 목청을 높이고 있고, 우리 정부는 대외적 입장 표명을 자제하며 조용히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판결 이후 일본의 목소리는 강제징용의 '강제성'을 부정하는 한편 한국 정부가 책임지라고 요구하는 양갈래로 나온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 1일 국회에서 "(일본) 정부는 '징용공'이라는 표현이 아닌 옛 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라고 말씀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 지배는 합법'이라는 입장 하에 국가총동원법 등 자국 법에 의해 자국민을 데려다 썼기에 국제규범에 어긋나는 '강제노동'은 아니었다는 주장이었다. 또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지난 3일 거리 연설에서 "일본은 이번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일본은 한국에 모두 필요한 돈을 냈으니 한국 정부가 책임지고 (징용피해자에게) 보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튿날 자민당 내 행사에서는 "한국 대법원의 판결은 국제법을 뒤집는 듯한 이야기"라며 "국제사회에 대한 도전"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대표적 '친(親) 아베 매체'로 평가받는 일본 산케이 신문은 6일 일본 정부가 한국을 국제사법재판소(ICJ)에 단독 제소할 방침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우리 정부의 대응은 '정중동'에 가깝다.
지난달 30일 판결이 나온 직후 이낙연 국무총리가 발표문을 통해 "관계부처 및 민간 전문가 등과 함께 제반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정부의 대응방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한 이후 가시적인 움직임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정부 당국자와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기구 구성 등을 현재 검토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또 외교부는 지난 1일 부(副)대변인의 정례 브리핑에서 강제 징용 문제를 '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로 규정한 아베 총리 발언에 대해 질문받자 "관계부처 및 민간전문가들과 함께 제반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정부 대응방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만 답변했다.
대법원 판결과 국민 여론, 징용 배상의 국제법적 측면, 한일관계 등이 다면적으로 걸쳐 있는 이 문제의 특성을 감안해 최대한 신중한 검토를 거쳐 입장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현단계 인식으로 풀이된다.



중국과 일본에서 이번 판결을 둘러싼 새로운 시사점을 주는 일도 있었다.
우선 일본 변호사와 학자 약 100명이 지난 5일 "징용공(강제징용 피해자의 일본식 표현) 문제의 본질은 인권 문제"라며 자국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점이 눈에 띈다.
일본 사회 주류는 이번 대법원 판결을 '한일간 계약 준수'의 프레임에서 바라보지만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가해진 인권 침해의 문제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비록 소수이긴 하지만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일본 기업 미쓰비시머티리얼이 중일평화우호조약체결 40주년을 맞아 연내에 중국의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화해금을 지급할 기금을 설립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5일 나왔다.
물론 중일간에는 한일청구권협정과 같은 조약이 존재하지 않고, 중국인은 식민지 국민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법적으로는 우리와 상황이 다르다는 지적이 존재한다. 그러나 강제징용이라는 문제의 본질적 측면에서 접근하면 일본 기업이 한국 피해자 구제에도 전향적 태도를 보여야 이중잣대 논란을 피할 수 있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정부에 대법원 판결 취지와 한일관계 등을 두루 고려한 신중한 대응을 주문했다.
김창록 경북대 법대 교수는 "이 문제는 강제동원 문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1965년에 해결하지 못하고 덮어둔 한일관계 전반의 문제가 드러난 것"이라며 "대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대 일본 개인 배상 청구권이 존재한다고 판결한 이상 정부는 그 판결 취지를 확인하는 입장을 취하되, 신중하게 장기적 관점에서 후속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 조약국장을 지낸 임한택 한국외대 초빙교수는 "개인적으로는 일본 기업들이 영토국인 우리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여 우선 배상토록 하되, 청구권협정에 따라 모든 청구권 자금을 개인을 대신하여 수령한 우리 정부와 청구권 자금의 혜택을 받은 포스코 등 우리 기업들이 함께 기금을 조성해서 일본 기업에 이를 구상해주는 방안도 가능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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