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 이범수 "요즘 보기 드문 순수한 수필집 같은 작품이에요"

입력 2018-11-06 13:11  

'출국' 이범수 "요즘 보기 드문 순수한 수필집 같은 작품이에요"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오랜만에 극장가에 나오는 진정성 있는 영화입니다."
오는 14일 개봉하는 영화 '출국'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이범수(48)를 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출국'(노규엽 감독)은 1986년 베를린에서 가족을 구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건 한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린다. 1985년 독일에서 유학하던 중 북한 공작원에 포섭돼 가족과 함께 월북했다가 이듬해 아내와 두 딸은 북에 남겨놓고 탈출해 귀순한 오길남 박사의 책 '잃어버린 딸들 오! 혜원 규원'을 모티브로 했다.
이범수는 독일에서 유학 중인 경제학자 영민을 연기했다. 영민은 서독에서 북한 공작원의 말에 잘못된 선택을 하고, 이 일로 아내와 둘째 딸과 헤어진 뒤 가족을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이범수는 "흥미와 볼거리 위주인 요즘 영화들과 달리 부성애, 가족애 등을 느낄 수 있는 영화"라며 "시나리오를 봤을 때 자극적인 소설을 읽다가 순수한 수필집을 읽는 느낌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세심한 감정의 변화와 갈등, 번민과 같은 감성 연기를 할 수 있는 작품을 오랜만에 만났다"면서 "배우로서 남 주기가 아까워 출연했다"며 웃었다.
'인천상륙작전'(2016)에서 북한군 장교 림계진 역을 맡는 등 최근 주로 악역을 연기한 이범수는 "악역은 합법적으로 악행을 저지를 수 있어 재밌다"고 농담한 뒤 "데뷔 초부터 코믹 연기나 바보스러운 연기, 악역, 멜로 연기 등 다양한 연기를 하면서 하나의 이미지로 굳혀지는 것을 경계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배우는 어떤 그릇에 담아도 표현해낼 수 있는 무형무색이어야 한다고 19살 때부터 배웠고, 그 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흥행 코드도 중요하지만, 뻔한 것을 또 하기보다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는 작품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극 중 영민처럼 실제 두 자녀를 둔 아빠다. 이범수는 "아이가 태어나서 말을 배우고, 소통하고 저와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은 정말 경이롭다"면서 "그런 경험을 하다 보니, 이 작품도 100% 상상만이 아니라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었다"고 했다.

'출국'은 박근혜 정부 시절 제작 지원에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논란에 휘말렸다.
그는 논란에 대해 "촬영을 마치고 후반 작업을 할 때 논란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고, 그 이전까지는 전혀 몰랐다"면서 "논란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며, 시간이 지나면 밝혀질 것으로 믿고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언뜻 줄거리만 보면 리암 니슨이 주연한 할리우드 영화 '테이큰'을 떠올리게 한다.

"일부러 '테이큰'과 차별화하려고 했어요. 극 중 영민은 형광등조차 제대로 갈아 끼우지 못하는 인물이지만, 가족을 구하려는 집념 때문에 큰 변화를 보여줍니다. 그렇다고 갑자기 액션을 잘할 수는 없으니, 수위를 조절하려고 노력했죠."
이 작품은 폴란드 현지에서 촬영됐다. "그는 "빡빡한 스케줄 속에서 두 달간 오차 없이 촬영을 진행해야 하는 점이 힘들었지만, 보람도 있었다"고 떠올렸다.
이범수는 1990년 영화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를 시작으로 단역과 조연을 거친 뒤 드라마 '외과의사 봉달희' '자이언트' '아이리스2' 등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내년에는 그가 주연과 제작을 맡은 '자전차왕 엄복동'을 선보일 예정이다.

fusion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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