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윤창호 막자' 공감대 확산…음주운전 의심신고↑

입력 2018-11-07 07:03   수정 2018-11-07 08:25

'제2의 윤창호 막자' 공감대 확산…음주운전 의심신고↑
112 신고 그치지 않고 의심차량 직접 추격해 검거 도움 주기도


(전국종합=연합뉴스) 지난 9월 25일 새벽 부산 해운대구 중동 미포오거리 교차로에서 BMW 승용차가 횡단보도에 서 있던 2명을 치었다.
바른 법조인이 되겠다는 22살 청년 윤창호씨 꿈이 산산이 조각나는 순간이었다. 윤씨는 두 달 넘게 뇌사 상태에 빠져 있다.
가해 차량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수준인 0.134%.
음주운전이라는 흉기에 전도유망한 젊은이가 식물인간이 된 사건을 계기로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윤창호법' 발의로 이어졌다.
살인행위와 다름없는 음주운전을 뿌리 뽑자는 공감대는 국민적인 행동으로 옮겨지고 있다.
특히 도로 위 운전자를 비롯해 국민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음주운전 의심 신고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으로 전해진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거의 들어오지 않았던 음주운전 의심 신고가 윤창호 사건 이후 크게 늘었다"며 "특히 사고위험을 무릅쓰고 용의차량을 추적하면서 출동 순찰차 경찰관에게 실시간 추격 경로를 알려주는 적극적인 시민도 많아졌다"라고 말했다.

이달 1일부터 6일까지 6일 동안 부산경찰청 112에 들어온 음주 의심 신고만 16건에 이르고 음주운전으로 실제 확인된 경우가 5건이었다.


이달 5일 0시 5분께 만취 상태로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에서 서울 방향으로 9.4㎞를 역주행한 30대 운전자를 검거하는데도 "역주행하는 차가 있다"는 다른 차량 운전자의 신고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역주행 운전자는 도로공사 순찰 차량이 쫓아오자 차를 돌려 인천공항 쪽으로 도주하는 등 9㎞ 넘게 도주극을 벌이다가 신고를 받고 길목을 지키던 경찰에 붙잡혔다.
이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치인 0.136%였다.
같은 날 오후 11시 43분께 대전 유성구 장대동 장대네거리에서 "음주운전 의심되는 차량이 역주행하고 있다"는 시민 신고가 들어왔다.


해당 차량은 난폭운전을 거듭하며 3㎞를 도주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운전자는 면허 취소에 해당할 정도로 만취 상태였다.

이달 1일 오전 1시께는 부산 동래구 명륜동 한 도로에서 50대 여성이 몰던 승용차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은 뒤 달아났다. 이를 목격한 시민은 음주운전 차량임을 직감하고 지체 없이 "음주운전으로 의심되는 차량이 사고를 내고 도주했다"며 112에 신고했다.
사고 현장에서 4㎞가량 달아나던 음주 운전자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지난달 30일 오후 10시 10분께 술을 마신 50대 남성이 몰던 차량이 부산 사상구 한 도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았다.
이 남성은 사고를 내고도 역주행을 하거나 지그재그 운행을 하면서 달아났지만, 목격자의 신속한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에 신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용의 차량을 추격해 검거에 도움을 주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이달 4일 오전 2시께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에서 벤츠 승용차가 길가에 주차된 모닝 승용차를 들이받고 달아났다.
마침 벤츠 승용차 뒤에 있었던 운전자가 망설임 없이 추격에 나섰다.
용감한 운전자는 실시간 도주차량 위치를 경찰에 알렸고, 벤츠 운전자는 결국 사고지점에서 약 2㎞ 떨어진 곳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이달 2일 오후 11시 44분께는 부산 남구 감만동 신선대부두 인근에서 30대 운전자가 비틀거리며 가는 포터 트럭이 음주운전 차량이 아닌가 의심하고 뒤따라갔다.

이 과정에서 포터 트럭이 자신의 차량의 사이드미러를 치고도 멈추지 않고 달아나자 경찰에 신고했다. 피해 운전자는 경찰과 통화하면서 트럭의 진행 방향을 알려줬다.
트럭 운전자가 신고지점에서 43㎞나 떨어진 곳까지 차를 몰고 달아났지만 피해 운전자의 추격을 따돌리지 못하고 경찰에 넘겨졌다.
트럭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165%였다.

박재범 도로교통공단 부산지부 교수는 "현재 국내 음주운전 적발 기준은 혈중알코올농도 0.05%인데 음주운전에 적발된 뒤 공단으로 교육받으러 온 운전자 중에는 오히려 처벌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로 음주운전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01%일 경우에도 사고위험이 있다는 연구 보고가 있는 만큼 처벌을 강화하고 음주운전은 살인이라는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오수희 손현규 권준우 이승민 김소연 기자)
osh998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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