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고 법 위반 시민 250만원인데 대구시장은 150만원 구형
시민들 "변호사 따라 고무줄 잣대…사법 정의 이뤄져야"
(대구=연합뉴스) 이강일 기자 = 대구지검이 6·13 지방선거 당시 적발한 선거사범을 처벌하면서 오락가락하는 법 적용으로 비난을 사고 있다.
관련 법을 제대로 몰라 실수로 위반한 일반 시민에게는 법을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권영진 대구시장처럼 유력 정치인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검찰이 애초부터 지역 유력 정치인에 대한 수사 의지가 없거나 기소 이후에도 '봐주기식 재판'을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대구지법 등에 따르면 대구에 사는 30대 주부 A씨는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 6월 7일 집에서 유명 포털사이트의 카페 게시글에 댓글을 달았다.
대구교육감에 출마한 한 후보에 대한 지지를 부탁하는 글에 A씨가 해당 후보를 비난하는 댓글이었다.
A씨는 당시 해당 후보와 관련해 주위에서 들은 것을 확인하지 않고 게시판에 글을 남겼다가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곧바로 해당 게시글을 내렸다. 이어 관련 글을 올린 데 대해 사과하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그러나 A씨가 처음 남긴 글을 누군가 신고했고 그는 경찰수사를 받은 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A씨와 변호인은 재판에서 "법을 몰라 당시 범행이 미필적 고의로 이뤄졌고, 댓글이 선거에 영향을 끼치지 않은데다 A씨가 성실하게 생활하는 점을 참작해 형량을 줄여달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재판 전에 반성문도 재판부에 냈다.
그러나 대구지검은 특별한 규정을 제외하고 교육감선거와 관련한 선거사범 처벌은 공직선거법 처벌 기준을 따른다는 규정에 따라 최근 결심공판에서 A씨에게 벌금 250만원을 구형했다.
법은 A씨처럼 후보자를 비방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볼 때 엄격하게 법을 적용한 것처럼 보이는 A씨에 대한 구형량은 지난달 말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권영진 대구시장 구형량과 차이를 보인다.
권 시장은 6·13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 4월 22일과 5월 5일 현직 단체장 신분으로 자신과 자유한국당 대구시의원에 출마한 고교 후배 등에 지지를 호소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권 시장은 반성문을 내는 대신 대구고법원장 출신 변호사, 대구지법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 등 4명의 변호사를 선임했다.
선처를 호소했던 A씨와 달리 권 시장과 변호인은 재판에서 "문제가 된 것으로 알려진 초등학교에서 한 발언은 지지를 유도하는 '구호' 성격보다는 현장에 있던 시민들과 통상적 대화를 나누는 성격이 강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구지검은 지난달 22일 권 시장에 대한 재판에서 "증인들 진술에 신빙성이 있어 공소사실이 모두 인정된다"며 벌금 150만원을 구형했다.
공직선거법은 권 시장처럼 법을 어겼을 때 3년 이하 징역이나 6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들은 권 시장에 대한 결심공판 이후 "법원 양형위원회 선거범죄 양형기준을 보면 권 시장 혐의는 징역 8개월∼1년6월을 선고할 수 있고, 다수를 상대로 2차례 법을 위반해 형량을 가중할 수 있다"며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기도 했다.
장모(46·대구 수성동)씨는 "선거를 여러 번 치러 법을 잘 아는 대구시장보다 법을 모르고 실수한 시민을 더 엄하게 처벌하려는 검찰을 이해할 수 없다"며 "법원이 정치적 고려 없이 최종 판단을 해 사법 정의에 대한 시민의 신뢰를 다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한모(45·대구 침산동)씨는 "판단은 법원이 하겠지만, 권 시장이 떳떳했다면 굳이 큰돈을 들여 고위 법관 출신 변호사들을 선임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비슷한 범죄인데 피고인 측 변호사에 따라 검찰의 구형량이 오락가락하는 것이 바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A씨에 대한 선고공판은 오는 16일, 권 시장에 대한 선고공판은 오는 14일 각각 열릴 예정이다.
대구지검은 지난달 권 시장에 대한 구형 직후에도 김생기 전 전북 정읍시장 재판과 비교해 형평성 논란을 빚었다.
2016년 전주지검 정읍지청은 현직 시장 신분으로 산악회 등반대회에 참석해 같은 당 소속 총선출마자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 혐의로 기소된 김생기 전 정읍시장에 대해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김 전 시장에 대한 재판은 법리적인 이유로 한차례 공소가 기각됐지만 검찰이 재기소했고, 김 전 시장은 벌금 200만이 확정돼 지난해 12월 시장직을 잃었다.
lee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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