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유지호 이대호 기자 = 제이미 로맥(33·SK 와이번스)은 넥센 히어로즈와 2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쳤던 홈런을 절대 잊지 못한다.
그는 0-3으로 끌려가던 6회말 1사 1, 2루에서 제이크 브리검의 초구를 때려 좌월 동점 스리런을 날렸다.
맞는 순간 타구가 담을 넘어가는 건 확실했다. 관건은 왼쪽 파울 폴 안쪽이냐 바깥쪽이냐였다.
로맥은 1루로 뛰는 대신 타구를 바라보며 페어 지역으로 공이 들어오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오른손으로 손짓했다.
로맥의 바람대로 처음에는 파울 지역으로 날아가던 타구는 공중에서 방향이 바뀌었고, 좌선심은 팔을 머리 위로 돌리며 홈런 사인을 보냈다.
로맥은 "때린 순간에는 파울이었지만, 점점 올바른 곳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면서 "파울과 홈런, 그리고 플라이 아웃 중에 하나라 1루로 뛸 수가 없었다"고 떠올렸다.
그가 타석에서 공에 손짓하는 장면은 메이저리그 팬에게 익숙한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바로 역대 최고의 포수 가운데 한 명인 칼턴 피스크(71)가 월드시리즈에서 터트린 끝내기 홈런이다.
피스크는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뛰던 1975년 신시내티 레즈와 월드시리즈 6차전에서 연장 12회 그린 몬스터 왼쪽 파울 폴 쪽으로 큰 타구를 날렸다.
피스크는 양손을 나란히 휘저으며 간절하게 기도했고, 타구는 왼쪽 폴을 때리고 그라운드로 떨어졌다.
지금도 회자하는 월드시리즈 명장면 가운데 하나다.
보스턴은 2005년부터 홈구장 펜웨이 파크의 왼쪽 파울 폴을 '피스크 폴'이라고 부른다.
오른쪽 파울 폴은 전설적인 유격수 조니 페스키를 기려 '페스키 폴'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빅리그 출신인 로맥이 피스크의 홈런을 모를 리 없다.
그는 '홈구장 왼쪽 파울 폴에 로맥 폴이라는 이름을 붙이면 어떠냐'라는 질문에 "정말 그렇게 된다면 대단할 것"이라며 "의심할 여지 없이 넥센전 3점 홈런은 내 야구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한 방"이었다며 미소 지었다.
'KBO의 피스크'라는 별명이 어울릴 것 같다는 말에는 "어차피 이곳 팬들이 붙여준 별명이 많아서 하나 추가해도 될 것 같다"고 했다.
SK 팬들은 홈런 타자 로맥에게 '로맥아더(로맥+맥아더 장군), 홈런 공장 캐나다 지부장, 치맥, 킹맥' 등 여러 별명을 붙여줬다.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1, 2차전에서 홈런 없이 7타수 2안타 1타점을 올린 로맥은 이제 안방인 문학구장으로 돌아온다.
야구팬에게 야구의 진짜 재미를 알려줬던 구장 왼쪽 파울 폴이 그를 기다린다.
SK와 두산은 1승 1패로 맞선 가운데 7일부터 9일까지 인천에서 한국시리즈 3∼5차전을 벌인다.
로맥은 "두산과 우리 팀은 시즌 내내 재미있는 경기를 했다"며 "넥센과 경기처럼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경기를 펼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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