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두교 '빛의 축제'에 주빈으로 참석…현지에서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곳
(아요디아[인도]=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6일 밤(현지시간)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 주(州) 아요디아 시의 갠지스 강 지류인 사류강 강변.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물에 띄운 연꽃 등불이 다른 연등 5개와 함께 흘러내려 갔다. 한국에서 공수된 이 전통 연등은 곧이어 상류에서 떠내려온 1만여 개의 인도식 작은 등촉과 합류했다.
연두색 인도 전통 의상인 사리를 입은 김 여사는 이어 강둑으로 자리를 옮겨 큰 등에 불을 밝혔다. 부근에는 33만5천 개의 작은 등촉이 타오르고 있었다.
'디야'라고 불리는 이 등촉은 흙으로 만든 작은 그릇에 기름과 심지가 담긴 형태로 강둑에 길게 열을 맞춰 차례로 배열됐다.
깜깜한 밤을 수놓은 수많은 강변 등촉은 말 그대로 장관이었다.
지난해 이 강둑을 밝힌 등촉 수는 17만5천여 개. 당시 등촉 수는 기네스북에도 올랐는데 올해는 규모가 배 가까이 늘었다.
김 여사가 참석한 이 행사는 힌두교 최대 축제이자 인도의 가장 큰 명절인 디왈리 축제(디폿사브)의 시작을 알리는 점등식이다. 김 여사는 이날 행사의 주빈으로 초청돼 참석했다.
이날 밤을 밝힌 등촉에서 짐작할 수 있듯 디왈리는 '빛의 축제'라고 불린다.
힌두교도가 대다수인 인도인들은 이 축제 기간에 등촉을 무더기로 켜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온갖 화려한 전구로 건물 외관도 꾸민다. 인도 전역에서는 수많은 폭죽이 터지면서 불꽃을 내뿜는다.
이처럼 디왈리 때 곳곳에서 빛이 넘치는 것은 디왈리가 빛이 어둠을 이긴 것을 축하하는 축제이기 때문이다.
인도인들은 디왈리 때 더 많은 빛을 밝히면 더 큰 행운이 찾아온다고 믿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인도인들은 디왈리 때는 일제히 거리로 쏟아져나와 축제를 즐긴다. 디왈리 축제 기간인 5일간(올해는 7일부터 11일)을 전후해서 한 달가량 들뜬 분위기가 계속된다.
관공서와 기업은 열흘 이상씩 휴무에 들어간다. 가전, 자동차, 보석 등 대규모 할인 행사도 이 시기에 집중된다.
상여금을 두둑이 받은 인도인들은 한 달씩 휴가를 내고 고향을 찾는다.
동양의 설 연휴와 서양의 크리스마스를 더해놓은 듯한 축제 분위기가 펼쳐지는 것이다.
김정숙 여사, 디왈리 축제 참석…손바닥 헤나·전통복장으로 '문화외교' / 연합뉴스 (Yonhapnews)
디왈리의 유래는 지역마다 다르다.
그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인도 대서사시 '라마야나'에 나오는 신 라마가 아내 시타를 납치한 악마 라바나를 물리치고 고향인 아요디아로 돌아온 것을 환영하는 데서 비롯됐다는 설이다.
이날 행사에서도 라마, 라마의 동생 락쉬만, 시타가 헬리콥터를 타고 땅으로 내려오는 이벤트가 연출됐다. 라마 신의 강림을 재현한 행사다.
이어 라마 신의 일대기를 재연하는 연극과 춤을 뜻하는 '람 릴라' 등 공연도 열렸다.
이 공연 마지막에는 볏짚으로 만든 거대한 라바나 형상이 등장했다. 그 안에 폭죽을 설치해 라바나를 불타오르게 했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사류 강가에서는 라마 신에 관한 분수 쇼도 펼쳐졌다.
인디아 투데이 TV, 타임스 나우, CNN 뉴스18, 리퍼블릭 TV 등 주요 방송 매체는 김 여사의 축사 등 주요 행사를 생중계하기도 했다.
우타르프라데시 주는 지난해 아요디아에서 이러한 디폿사브를 처음으로 개최했다. 당시 행사에는 40만∼50만 명의 관객이 행사장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도 비슷한 수의 관객이 현장을 방문한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아요디아는 이처럼 힌두교도가 신성시하는 장소이자 동시에 인도 내에서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곳이기도 하다. 과거 힌두교도와 무슬림이 대규모 유혈사태를 빚으며 충돌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힌두 근본주의자들은 1992년 라마 사원을 복원하겠다며 아요디아의 바브리 이슬람 사원을 마구 파괴한 바 있다. 그 과정에서 무려 2천여 명이 넘게 사망하는 등 인도 최악의 종교 갈등이 불거졌다.
지금도 보수 힌두교도들은 바브리 사원 자리에 힌두 사원을 복원해야 한다고 집권당 인도국민당(BJP)을 압박하고 있다. BJP의 근간은 힌두민족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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