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지난 6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남자 프로배구 삼성화재와 OK저축은행의 2라운드 맞대결.
삼성화재는 1세트 19-14로 앞섰으나 OK저축은행 송명근의 날카로운 서브에 리시브가 흔들리며 19-17, 2점 차로 쫓겼다.
신진식 삼성화재 감독은 곧바로 작전 타임을 불렀다.
신 감독은 이 자리에서 통역을 통해 타이스 덜 호스트(등록명 타이스)에게 한 가지 지시를 내렸다.
공격에 관한 주문이 아니었다. 신 감독은 타이스에게 "엔드라인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했다.
타이스가 리시브 위치를 지나치게 바깥에 잡자 안쪽으로 들어와서 적극적으로 리시브에 가담하라는 주문이었다.
곧이어 송명근의 서브는 에이스가 됐다. 삼성화재 리베로 김강녕은 서브가 들어오자 몸을 틀어 피했다.
외국인 레프트는 리시브에 가담하기 싫어하고, 리베로는 자신감을 잃었다. 서브 리시브가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삼성화재는 1세트는 듀스 접전 끝에 겨우 따냈으나 2∼4세트를 내리 내주고 세트 스코어 1-3으로 역전패했다.
4위 삼성화재는 OK저축은행전 패배로 시즌 4패(3승)째를 기록하며 5할 승률을 지키지 못했다.
3위 대한항공과의 간격은 승점 5다. 한 경기를 덜 치른 대한항공이 8일 한국전력전에서 승리하면 승점 차는 8로 불어난다.
성적보다 더 안타까운 대목은 과거 '시스템 배구', 즉 탄탄한 조직력으로 남자부 최강으로 군림했던 삼성화재가 본연의 색깔마저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삼성화재는 올 시즌 개인범실이 202개로 7개 팀 중에서 유일하게 200개를 넘는다.
대부분은 서브 범실이다. 삼성화재의 서브 범실은 126개에 달한다. 서브 범실이 100개 넘는 팀은 삼성화재와 OK저축은행(122개), 두 팀뿐이다.
리시브(5위), 디그(7위), 수비(5위) 등 각종 수비 지표는 죄다 하위권이다.
리시브도 안 되고, 수비마저 받쳐주지 못하는 게 삼성화재 올 시즌 배구의 현주소다.
삼성화재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수비형 레프트 류윤식이 입대했다. 류윤식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OK저축은행에서 송희채를 데려오면서 보상선수로 리베로 부용찬을 잃었다.
리시브 라인과 수비를 책임졌던 류윤식과 부용찬의 빈자리가 올 시즌 삼성화재는 더없이 커 보인다.
게다가 주전 세터는 풀타임이 처음인 신예 김형진이다.
설상가상으로 오프시즌 센터 김규민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뒤 대한항공으로 이적하면서 높이까지 약화했다.
삼성화재는 이제 타이스와 박철우 '쌍포' 외에는 경쟁력 있는 전력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그런데도 서브 리시브 불안 탓에 두 막강한 날개 공격수의 화력을 온전히 살리지 못하고 있다.
삼성화재의 올 시즌이 험난해 보인다.
changy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