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갈라파고스 업역규제' 드디어 깨진다

입력 2018-11-07 13:00   수정 2018-11-07 17:30

건설업계 '갈라파고스 업역규제' 드디어 깨진다
업계 이해상충으로 폐지 추진 무산되며 40여년간 지속
단계적 로드맵 완성…영세기업 피해 막는 '안전판' 마련


(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정부와 건설업계가 40여년간 계속됐으나 좀체 고쳐지지 않았던 건설 업역 간 칸막이 규제를 풀기로 전격 합의해 주목된다.
국토교통부와 건설업계는 7일 건설 업역 규제의 단계적 폐지를 골자로 한 '건설산업 생산구조 혁신 로드맵'을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1976년 전문건설업이 도입된 후 지금까지 종합·전문업체의 업무영역을 법령으로 엄격히 제한하는 생산구조를 유지해 왔다.
건설산업기본법은 종합업종은 2개 이상 복합공사에 대해 종합적 계획·관리·조정을 맡으면서 시공하고, 전문 업종은 시설물의 일부 또는 전문분야를 시공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시공 역량과 관계없이 시장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종합과 전문 간 업무 범위를 규제하는 '갈라파고스'식 업역 규제로 여러 문제점이 초래됐다.
종합업체는 시공 기술을 축적하기보다는 하도급 관리나 입찰 영업에 치중하면서 실제 시공은 하도급 업체에 의존했다.
1만1천개 종합 건설업체가 난립했으나 이 중에는 인력이나 기술도 없이 업체 대표가 전화기만 들고 다니며 영업하는 '페이퍼 컴퍼니'가 속출했다.

전문 업체는 사업물량 대부분을 종합업체의 하도급에 의존하게 되면서 스스로 발전을 포기해 수직적 원하도급 관계가 고착화됐다.
정부가 건설업계의 불공정 관행을 혁신하기 위해 각종 대책을 내놓아도 이와 같은 수직적 문화 때문에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 외국은 종합·전문간 도급 제한이 없고 발주자가 자율적 판단에 따라 건설업체를 선택할 수 있다.
이에 국토부는 건산법을 개정해 발주자 선택에 따라 종합·전문업체가 자유롭게 공사를 맡고 상호 원·하도급도 할 수 있도록 업역 규제를 2021년 공공공사부터 폐지하기로 한 것이다.
단, 상대 업역에 진출하는 경우 직접 시공을 원칙으로 하도록 했다. 건설업계의 특성상 예외적으로 하도급을 인정하더라도 일정 비율은 직접 시공하도록 비율규제를 둘 방침이다.
또 입찰∼시공 중에는 상대 업역의 등록기준, 즉 기술자와 장비 등을 충족하도록 했다. 이는 기술자 신규 고용과 장비 신규 투자를 전제로 상대 업역에 진출하게 한다는 취지다.
그동안 수차례 고질화된 건설업계 업역 규제 폐지가 추진됐으나 업계의 이해관계 상충으로 무산됐다.

국토부는 어렵사리 업계의 동의를 구한 만큼,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2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1년 공공공사부터 시작해 2022년에는 민간까지 확대하는 로드맵을 짰다.
상호 업역 간 경쟁이 활성화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영세 기업의 피해를 막기 위해 종합업체의 2억원 미만 전문공사 수주 등은 2024년 이후부터 가능하도록 하는 등 '안전판'도 마련했다.
업종 체계 개편도 업역 규제 폐지와 맞물려 추진된다.
업역 간 칸막이가 없어지는데 전문 건설사 업종은 29개로 너무 세세하게 쪼개져 있어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종합건설의 업종인 '토목건설'은 거의 모든 공사를 수주할 수 있는 비대화된 업종이어서 조정의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다.
공법의 융복합, 시공기술의 발전 등에 따라 업종개편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으나 1997년 이후 20여년 이상 현행 체계가 유지됐다.
업역 폐지가 공공공사에 적용되는 2021년부터 전문 건설사가 종합공사 도급을 할 수 있도록 29개 전문 업종을 10개 내외의 대업종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와 함께 종합은 구조물별로, 전문은 세부 공종별로 공사 실적과 전문인력, 처분이력 등을 검증 후 공시하는 '주력분야 공시제'도 도입된다.
건설업 등록 기준도 현실에 맞게 조정된다.
현재 건설업 등록을 위해 기술능력(건설기술자 1∼11명)과 자본금(2억∼2억원) 등을 갖추도록 하고 있으나 이런 기준이 선진국과 비교해 너무 높다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 자본금이 일본은 5천만원, 미국은 1천500만원에 불과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사능력과 큰 관련이 없는 자본금이나 기술자 요건은 지나치게 과중한 반면, 인력의 경력 요건은 없어 시공역량 검증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국토부는 기술자 경력 요건을 엄격하게 강화해 시공역량이 입증된 건설사는 사업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건설사 등록기준에 전문인력의 건설현장 근무 이력 등이 추가된다.
40년 된 업역규제 철폐에 건설업계 '기대반, 우려반' / 연합뉴스 (Yonhapnews)
bana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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