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참보육 부모연대 "참여 의무화해야 제도 취지 살릴 것"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사립유치원 비리가 불거진 이후 교육 당국이 사립유치원 관리 차원에서 온라인입학관리시스템 '처음학교로' 등록 기간을 연장했지만, 뒤늦은 대처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부분의 사립유치원은 이미 내년도 원아모집을 마쳤거나 막바지 전형이 진행 중인 시점이기 때문이다.
7일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현재 부산지역 사립유치원 300곳 중 91곳이 처음학교로에 참여해 참여율이 30%다.
부산의 참여율은 지난 10월 31일 처음학교로 등록 마감 결과 5% 수준이었으나 등록 기간 연장 이후 크게 오른 것이다.
그러나 사립유치원의 원아모집은 매년 10월 말에서 11월 초에 이뤄지기 때문에 향후 처음학교로 참여율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 지침이 늦게 와서 상당수 사립유치원이 원아모집을 마친 상태에서 처음학교로 참여를 독려하게 됐다"며 "내년도 원아 모집이 이미 끝난 사립유치원의 구체적인 현황은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처음학교로에 대한 사립유치원의 저조한 참여율은 이미 지난해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난해 이맘때에 진행된 전국의 2018학년도 원아모집에서 국공립유치원은 대부분 처음학교로를 이용한 데 비해 사립유치원은 2.8%만 참여해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부산 참보육 부모연대 안진경 대표는 "교육 당국은 일 년 가까이 처음학교로 참여율을 높일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며 "최근 박용진 의원이 사립유치원 비리를 폭로하고 나서도 뒷짐을 지고 있다가 뒤늦게 처음학교로 등록 연장 지침을 내놓았다"고 지적했다.
교육 당국은 지난 10월 31일에 처음학교로 등록을 마감한 이후 등록 기간을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연장 지침이 발표된 지 일주일이 지나면서 시·도교육청의 '당근과 채찍' 덕에 전국의 사립유치원 참여율은 지난 1일 기준으로 30.9%로 올랐다.
교육 당국은 원장 기본급 보조비 삭감, 학급운영비 차등 지원, 재정 지원 공모사업 배제 등의 페널티를 내미는 한편으로 처음학교로에 참여하는 사립유치원에는 학급운영비 지원 확대와 현장 방문 컨설팅 제공 등의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부모들은 사립유치원의 참여율이 최소 50%는 넘어서야 처음학교로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안 대표는 "내년부터는 사립유치원에 처음학교로 참여를 독려할 게 아니라 법적으로 의무화해야 그 취지를 제대로 실현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한편 사립유치원 취원율이 84.2%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부산에서는 부모가 직접 유치원에 가서 원서를 받고 현장추첨에 참여하는 '오프라인 지원'과 처음학교로를 통한 '온라인 지원'을 병행해야 하는 처지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의 한 사립유치원은 지난 6일에 추첨 일정을 잡았다가 부모들에게 갑자기 문자 메시지를 보내 취소 통보를 하면서도 구체적인 향후 계획을 알리지 않아 혼란을 주고 있다.
이 유치원은 관련 메시지에서 "교육부와 교육청에서 처음학교로를 사용해 원아모집을 하라는 강력한 요청이 있어서 저희 원도 입학 방법에 대해 깊이 있게 검토하고자 한다"며 "11월 15일 이후에 입학 방법과 일정을 정확하게 알려드리겠습니다"라고 썼다.
부산의 한 사립유치원 관계자는 "사립유치원 모두가 참여하지도 않는 데다 이미 유치원의 일정이 정해져 있어서 현재 시점에서 처음학교로에 참여할 의사는 전혀 없다"며 "오히려 지금 와서 모집설명회 등의 일정을 취소하고 처음학교로에 참여하면 부모들에게 더 큰 혼란만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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