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노량진시장 상인-수협 사흘째 충돌…"수협, 폭력·단전 중단"(종합2보)

입력 2018-11-07 22:57  

구 노량진시장 상인-수협 사흘째 충돌…"수협, 폭력·단전 중단"(종합2보)
단전·단수된 시장 '암흑'…말린 조기, 삭힌 홍어 파는 가게만 문 열어
수협 "불법 점유로 수산물 차량 못 들어와…경매량 42t 감소"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최평천 기자 = 사흘째 물과 전기가 끊긴 구(舊) 노량진 수산시장의 상인들이 7일 "수협 직원들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단전·단수 중단을 촉구했다.
수협은 이에 대해 억지 주장이라고 일축하고 차량 진입 방해로 경매량이 줄어드는 등 차질이 빚어졌다고 맞받아쳤다.
민주노련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비상대책총연합회와 민중당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협이 국민의 기본적 권리인 에너지 사용권을 짓밟은 것도 모자라 무자비한 폭행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전날 단전·단수 촉구 집회를 마무리하던 중 수협 직원이 시비를 걸고 몸싸움을 유발했다"며 "20명이 넘는 상인이 다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무자비한 폭력 상황을 지켜보기만 했다"며 "경찰이 폭력 행위를 두둔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수협은 반 인권적인 폭력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며 "서울시와 정부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시장 입구 앞에서 사흘째 집회를 이어오고 있는 상인들은 이날도 40여명이 모여 단전·단수 중단을 요구했다. 수협 직원과 상인 간 대치가 이어지며 물리적 충돌까지 빚어졌다.


오후 7시를 전후해서는 수협 직원 수 명이 구시장 안을 돌아다니다가 상인들에게 붙들려 드잡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 경찰을 사이에 두고 상인과 수협 측이 단체로 몸싸움을 벌였지만, 큰 소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구 시장 내부는 불이 들어오지 않아 어두웠고, 일부 상인들은 촛불을 켜놓고 영업 중이다. 살아있는 생선이 아닌 말린 조기, 삭힌 홍어 등을 파는 일부 가게만 문을 열었다.
한 상인은 "생물은 이미 진작에 다 죽었다. 말린 갈치와 염장한 고등어를 팔고 있다"며 "비가 와서 말린 생선에 선풍기를 틀어줘야 하는데 전기가 안 들어와 큰일"이라고 말했다.
수협은 지난 5일 오전 9시 구 시장 전역에 물과 전기 공급을 끊었다. 명도집행이 4차례 무산되자 수협이 상인들의 퇴거를 위해 내린 최후 조치다.
특히 수협은 시장과 관련 없는 민주노련 등 외부 단체가 경매 방해 등 불법행위에 나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며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수협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시위대가 전날 진입로를 불법 점거하고 출하 차량을 의도적으로 막아 경매 포기 물량이 속출해 거래량이 전날보다 80% 수준으로 급감했다"며 "수협 측 직원과 출하주 측이 도로와 경매장 사이를 오가며 수산물을 직접 옮기는 일이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이에 어민들이 출하와 경매를 포기해 수산시장 경매량은 전날보다 42t이 줄어든 210여t에 그쳤다고 덧붙였다.
수협은 "수산물은 제때 경매에 부치지 못하면 신선도가 떨어지고 부패가 진행돼 제값을 받을 수 없다"며 "시위를 주도하며 각종 유언비어를 퍼뜨려 수협을 비방하는 민주노련과 일부 과격 불법점유자에 대해 사법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날 민주노련 측 기자회견에서 제기된 '몸싸움 유발' 주장에 대해서는 "수협은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고 있으며, 일고의 가치도 없는 억지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p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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