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여성표 움직였다"…'분노투표'로 심판론 속 트럼프 '선방' 평가도
트럼프 vs 反트럼프 세대결 속 투표율 올라가…'정치적 양극화' 표출
차기대선 길목 여야 2라운드 예고…트럼프 "굉장한 성공" 선거결과 만족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미국의 11·6 중간선거에서는 민주당이 8년 만에 하원을 탈환,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를 독식했던 기존 의회권력의 지형재편으로 이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자신에 대한 '신임투표'로 규정했던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 심판론'이 작동하면서 야당 성향 유권자가 결집한 결과이다. '2030'으로 대변되는 젊은 층과 여성 유권자들의 투표율과 지지가 높아진 것이 그 흐름을 주도했다.
'샤이(shy) 트럼프'로 대변되는 친(親) 트럼프 성향의 '숨은 표'가 지난 대선 때처럼 대이변을 연출하는 위력을 떨치진 못한 셈이다.
하지만 트럼프 지지층도 막판에 결속력을 과시하면서 민주당 바람, 즉 이른바 '블루 웨이브'가 '태풍'으로 커지지는 못했다. 전통적으로 '중간선거=집권당의 무덤'이라는 공식이 통해온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으로서는 하원을 민주당에 내주긴 했지만, 상원에서 다수당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한 것을 두고 나름대로 '선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대 격전지 중 하나로 꼽혔던 텍사스에서 '거물'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막판 선거 지원유세 등에 힘입어 턱밑까지 추격한 '신예' 베토 오루어크 후보를 가까스로 따돌린 것을 비롯, 인디애나, 노스다코타, 미주리 등 주요 상원 격전지에서 승리한 것도 공화당으로선 의미를 부여하는 '성과'이다.
'트럼프 대 반(反) 트럼프'의 치열한 대결구도 속에서 양쪽 지지층 모두 뭉치면서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힘이 쏠리기보다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의회권력을 분점하는 균형적 구조가 연출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모두 승리를 주장했지만, 어느 한쪽의 일방적 '압승'은 이뤄지지 않았다.
민주당의 견제력을 강화, 트럼프 대통령의 독주에 경고장을 보내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민주당에 '몰표'를 주지는 않음으로써 트럼프 행정부가 임기 후반기 국정운영 드라이브를 유지해갈 수 있는 최소한의 동력을 마련해준 '절묘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절대적 승자' 없이 여야가 팽팽한 힘의 균형 속에서 차기 대권고지를 향한 '2라운드'를 펼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 반(反)트럼프 진영의 세대결 양상 속에 미국 사회의 분열과 정치적 양극화의 현주소도 선거결과에 그대로 나타났다.
상원은 공화당이, 하원은 민주당이 각각 다수당을 차지한 이번 선거 결과는 각종 여론조사의 전망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특히 민주당의 하원 장악은 뜨거운 사전투표 열기로 대변돼온 높은 투표율과 젊은 층의 대거 투표 참여로 어느 정도 예견됐다.
CNN방송에 따르면 젊은 층이 대거 사전투표장으로 몰려들면서 총 3천300만 명이 사전투표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4년 전 중간선거 당시 사전투표에 참가했던 유권자 수인 2천200만 명 수준을 크게 상회한 것이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사전투표가 폭발적 열기를 보인 것을 두고 CNN은 트럼프 재임 기간에 대한 '첫 평가'에 참여하려는 유권자들의 열망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반(反) 트럼프 진영 유력인사들에 대한 '폭발물 소포 배달' 사건과 미국 역사상 최악의 반(反) 유대인 범죄로 기록될 피츠버그 유대인 회당(시너고그) 총기 난사 사건 등 선거 막바지에 불거진 '증오범죄' 등의 여파가 야당 성향 유권자들을 대거 투표장으로 견인한 측면이 없지 않아 보인다. 반대파를 향한 과격한 언사로 편 가르기와 분열주의를 조장했다는 책임론에 휩싸인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실망·분노'가 심판적 투표행위로 표출됐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출구조사 결과, 응답자의 56%가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답했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답변은 41%에 그치는 등 과반의 유권자들에게 심판론 정서가 투영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해서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55%로, '지지한다'(44%)는 응답보다 11%포인트 높았다.
미국 시사지 애틀랜틱도 청년 투표율 상승을 이번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친 주요인으로 꼽으며 선거를 앞두고 젊은이들의 투표 참여를 호소하는 움직임과 '젊음의 물결'(Youth Wave)의 조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이 선거 당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Ipsos)'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여성 응답자의 55%가 올해 하원에서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답변, 그 비율이 4년 전인 2014년 중간선거 여론조사 당시의 49% 보다 높았다. 18∼34세의 젊은 유권자 사이에서도 민주당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62%로, 공화당(34%)보다 28%포인트나 높았다.
그러나 반(反) 트럼프 성향 지지층이 결속하는 동안 충성도가 높은 트럼프 지지층도 '블루 웨이브'가 전방위로 확산하도록 방치하진 않았다.
CNN 방송은 "전체적으로는 민주당의 하원 탈환이 가능할 것이지만 이것을 '블루 웨이브'라고 하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여기에는 반(反)이민 이슈를 전면에 띄워 전선을 구축해가며 자신에 대한 재신임을 호소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전 올인이 구심점으로 작용했다. 중간평가 성격의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이 완패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가도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 트위터를 통해 "오늘 밤 굉장한 성공을 거뒀다. 모두에게 감사한다!"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상원이 틀림없이 계속 공화당과 함께할 것으로 보인다는 발표는 대통령에게 어마어마한 승리라고 생각한다"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진영과 반(反) 트럼프 진영의 지지층이 각각 결집을 시도, 세 대결에 나서면서 전체적인 투표율 제고에도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민주당이 하원 장악을 주장하고 몇 석의 주지사 자리를 확보했지만, 공화당은 여전히 상원에서 다수당 지위를 확장해나갈 태세"라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첫 '국민투표' 실시 결과, 상·하원에서 엇갈린 결과가 나와 트럼프 대통령의 재임 기간 미국을 규정해온 분열이 보다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WP는 이번 선거결과는 미국 내 깊은 정치 양극화를 보여주는 대목으로, 민주당이 별렀던 싹쓸이에는 미치지 못했다면서 경쟁적이고도 논쟁적인 차기 대선의 장이 마련될 환경이 조성됐다고 전했다.
WP는 사설을 통해 민주당의 하원 탈환에 대해 "견제받지 않은 다수에 대한 불신에 기초한 '견제와 균형'의 작동"이라며 단순히 한 정당의 승리라는 차원을 넘어 "미국 민주주의가 갖는 건강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CNN은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 공화당의 양원 독식을 깨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제도적 견제에 나서게 된 반면 공화당은 오히려 상원에서의 다수당 위치를 견고히 했다"며 미국 사회 내 깊은 분열을 보여준 이번 선거로 인해 2020년 대선 레이스로 가는 길목에서 '치열한 전쟁터'가 형성됐다고 보도했다.
상·하원 선거의 엇갈린 결과는 대도시에 사는 다양성 있고 부유한 '자유주의자'들과 근교와 지방, 백인, 근로자층으로 대변되는 '보수 연합'간의 정치적, 문화적 큰 차이를 두드러지게 보여줬다는 것이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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