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에 입주하는데 갑자기 취소라니" 내용증명 발송
국토부, 계약취소 강행 방침 "당사자들이 선의인지 증명해야"
(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아파트 불법 청약을 이유로 계약이 취소될 위기에 처한 분양권 소유자들이 시행사 등에 계약 유지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하며 법적 조치에 착수했다.
이들은 직접 불법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 사정을 모르고 분양권을 구입한 선의의 취득자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부는 법령상 불법 계약 건에 대해서는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방침을 강행할 태세다.
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지시로 계약 취소 위기에 몰린 23명의 분양권 소유자들은 최근 각자의 아파트 시행사 등에 계약을 예정대로 진행해달라는 내용의 내용증명을 보냈다.
이들은 내용증명에도 불구하고 계약 취소가 철회되지 않을 경우 본격적인 소송에 들어갈 예정이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9월 중순 경찰로부터 아파트 부정청약 수사 결과를 통보받고 위장전입이나 서류 조작 등 부정청약으로 확인된 거래 257건에 대해 계약 취소를 추진하도록 지방자치단체에 전달했다.
이에 따라 지자체는 다시 시행사 등에 이를 전달해 아파트 공급 계약을 취소하도록 하고 있다.
257건 중 22건은 서울 소재 아파트 계약인데, 이달 입주하는 동작구 흑석동 아크로리버하임(5건)과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6건) 등도 포함돼 있다.
서울 지역 아파트 시행사들은 최근까지 모두 각자의 당첨자들에게 계약 취소를 통보했다.
내용증명을 발송한 이들은 모두 직접 불법으로 아파트 청약을 받은 것이 아니라 정당한 방식으로 분양권을 프리미엄을 주고 구입한 선의의 취득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소송을 대리 중인 법무법인 한유의 문성준 변호사는 "부정한 방식으로 당첨된 사례는 처벌해도 마땅하지만 여러 번 손이 바뀌면서 그런 정황을 모르고 분양권을 취득한 사람은 엉뚱한 피해를 보게 됐다"며 "민법에서 계약을 해제하는 경우 제3자의 권리를 해치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변호사는 "정상적인 분양권인 줄 알고 매수하고 공급계약 명의자 변경을 거쳐 아파트 중도금과 잔금까지 다 납부한 입주자들이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며 "최근 헬리오시티 등 서울의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이 계약 취소를 통보받아 원고인단이 40명을 넘기고 있는데, 서류가 준비되는 대로 내용증명을 추가로 보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달 입주가 시작되는 아크로리버하임의 경우 국토부로부터 계약 취소 방침이 내려진 지 한달 이상 지난 지난주에야 조합 측이 계약 취소를 늑장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입주 예정자 A씨는 "국토부가 계약 취소 방침을 내린 게 9월인 것으로 아는데, 그 이후 입주자 점검 행사까지 참가했으나 며칠 전 갑자기 계약 취소 통보를 받았다"며 "집 문제도 그렇지만 아이들 유치원, 학교 문제 등 모든 것이 꼬였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당첨자로부터 프리미엄을 주고 분양권을 샀다는 A씨는 "합당한 방법으로 분양권을 샀고 문제가 되는 분양권인 줄 전혀 몰랐다"며 "한창 입주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내가 왜 엉뚱한 피해를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계약 취소를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행법에 불법 청약으로 성사된 계약은 취소할 수 있게 돼 있다"며 "당사자들이 단순히 선의의 취득자라고 주장만 할 것이 아니라 모든 사실을 밝히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9·13 대책을 발표할 때 부정청약에 대해 계약 취소를 완전 의무화하도록 제도 개선을 한다는 방침을 제시하면서 "선의의 취득자를 보호하기 위해 매수자 등이 해당 분양권의 부정당첨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공시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전제로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소송을 준비 중인 이들은 모두 청약 과정에서 부정을 저지른 원 계약자가 아니라 시중에 나도는 분양권을 샀기에 부정청약과 관련 없는 선의의 취득자라고 밝히고 있다.
문 변호사는 "아직 검찰 조사나 법원 판결도 나지 않은 사안인데, 계약 취소부터 해서 분양권 소유자들이 애꿎은 피해를 보고 있다"며 "향후 법원이 그 부당성을 확인하는 판결을 선고한다면 시행사는 원상회복과 손해배상의 후폭풍을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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