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나치에 부역한 페탱에 "위대한 군인" 논란

입력 2018-11-08 03:47   수정 2018-11-08 10:19

마크롱, 나치에 부역한 페탱에 "위대한 군인" 논란
필리프 페탱, 2차대전때 히틀러와 강화 체결·비시 괴뢰정권 세워
佛, 1차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해 장군 8명 기리기로…페탱도 포함
마크롱 "그가 위대한 군인이었다는 것은 사실"
유대인협회 "유대인 추방해 나치에 죽게한 페탱을 대통령이 칭송하다니 충격"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 협력해 괴뢰정권을 세워 전후(戰後) 사형을 언도받은 필리프 페탱(1856∼1951)에 대해 "위대한 군인"이었다고 추켜세워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마크롱은 7일(현지시간) 프랑스 북부의 1차대전 격전지였던 샤를빌 메지에르를 방문한 자리에서 "프랑스를 승리로 이끈 장군들을 추모하는 것은 옳다"면서 필리프 페탱에 대해 "그가 위대한 군인이었다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페탱이 1차대전에서와 반대로 2차대전 때에는 "재앙 같은 선택을 했다"면서 공과 과가 모두 있다고 강조했다. 마크롱이 언급한 재앙 같은 선택이란 페탱의 나치와의 강화 체결과 부역정권 수립을 뜻한다.
마크롱은 이날 발언이 알려지자 프랑스의 유대계 인사들을 비롯해 야권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프랑스유대인협회의 프랑시스 칼리파 대표는 성명을 내고 2차대전 당시 수천 명의 유대인을 추방해 나치 수용소에서 죽게 한 장본인인 페탱을 대통령이 칭송한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페탱에 대해 우리가 기억해야 할 유일한 사실은 그는 프랑스 국민의 이름으로 1945년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급진 좌파정당 '라 프랑스 앵수미즈'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도 트위터에서 "페탱은 반역자이고 반(反)유대주의자다. 마크롱, 당신은 이번에 너무 나갔다"라고 적었다.
군인이었던 필리프 페탱은 1차대전 당시 1916년 격전지였던 베르덩에서 독일군을 저지하는 등 혁혁한 전과를 세워 연합군의 전쟁 승리의 주역으로 꼽힌 인물이다.
1차대전이 끝나고 '프랑스의 원수(元帥)'라는 칭호를 받으며 군인으로서 최고의 영예를 누렸지만, 2차대전이 터지고 프랑스가 1940년 5월 독일에 점령당하자 그는 히틀러와 강화를 주장했고, 남부 비시에 나치에 협력하는 부역 정권을 세웠다.
페탱은 프랑스의 공화정을 폐지하고서는 국가수반이 되어 나치의 도움으로 비시정권을 이끌었다.
그는 비시정권의 수장으로서 프랑스의 레지스탕스(대독항전) 대원들을 색출하고 유대인들을 붙잡아 강제 추방해 아우슈비츠 등 수용소로 보내는 데 일조했다.
페탱은 2차대전이 나치의 패배로 귀결된 뒤 1945년 전범재판에서 반역죄가 인정돼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이후 종신형으로 감형돼 유배지에서 복역 중 1951년 95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프랑스 정부는 오는 1차대전 종전 100주년을 맞아 오는 10일 1차대전 당시 프랑스군을 이끈 8명의 장군을 추모하는 행사를 파리 시내 복합군사문화공간인 앵발리드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8명의 장군에는 페탱도 포함됐다.
마크롱은 자신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자 재차 설명에 나섰다.
그는 기자들에게 "나는 우리 역사의 어떤 페이지도 감추지 않는다. 정치인의 삶과 인간 본성 등은 때로는 우리가 믿고 싶은 것보다 더 복잡하다"면서 "전쟁을 승리로 이끈 군인을 기리는 것은 당연하다. 나는 누구도 용서하지 않지만, 또한 누구도 역사에서 지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정부 대변인도 별도 논평에서 "샤를 드골마저도 페탱이 베르덩에서 세운 영예에 대해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했다"면서 진화에 나섰다.
드골은 2차대전 당시 전시내각에서 페탱의 부관을 지내는 등 매우 가까운 사이였지만, 결국 페탱과 결별하고 나치에 대한 결사항전을 다짐하며 영국으로 건너가 '자유 프랑스'를 이끌었다.
해방 후 프랑스 제5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을 지낸 드골은 프랑스를 유럽의 초강대국으로 되돌려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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