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직구로 신분증 위조…공인 영어시험 대리 응시 시도

입력 2018-11-08 10:00   수정 2018-11-08 10:19

해외직구로 신분증 위조…공인 영어시험 대리 응시 시도
경찰, 대리시험 알선조직 5명·의뢰인 30명 검거

(부산=연합뉴스) 오수희 기자 = 서울대 대학원생 A씨는 영어시험 점수가 늘 고민이었다.
졸업시험과 취업에 공인 영어시험 성적이 필수지만 원하는 점수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연히 포털사이트에서 대리시험 광고 글을 본 그는 브로커에게 대리 응시를 의뢰했다.
원하는 점수가 나오면 500만원을 주기로 했다.
2015년 8월 말 브로커에게 자신의 얼굴 사진을 보내 대리시험을 볼 사람 얼굴 사진과 합성한 사진을 넘겨받아 운전면허증을 재발급받으려 했지만 합성 사진과 실물이 차이 난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A씨는 브로커와 상의해 합성 사진을 태국으로 보내 더 정교한 위조 신분증을 만들어 국제항공 우편으로 받으려 했지만 인천공항 세관 검색에 걸렸다.
A씨는 수사 대상에 올랐고 대리시험 의뢰를 포기했다.
합성 사진으로 위조한 신분증으로 공인 영어시험을 대신 봐주고 한 번에 수백만원을 받은 조직과 대리시험을 의뢰한 사람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영어 대리시험을 알선하고 시험까지 대신 봐준 5명을 붙잡아 2명을 구속하고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은 또 이들에게 돈을 주고 영어 대리시험을 의뢰한 30명도 입건해 조사하고 있으며 태국에 있는 문서위조 브로커를 수배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합성 사진으로 재발급받은 신분증으로 공인 영어시험을 대신 봐주고 한 번에 300만∼500만원을 받았다.
얼굴 합성 애플리케이션으로 의뢰인과 대리시험자 사진을 교묘하게 합성해 위조한 신분증으로 시험 감독관의 의심을 피했다.
2015년 6월∼지난해 12월까지 취업이나 승진에 필수인 공인 영어시험 점수가 필요한 사람들로부터 1억여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토익과 텝스, 오픽 같은 영어시험에서 이런 대리 응시가 이뤄졌다.

돈을 받고 대리시험을 봐준 브로커들은 미국이나 캐나다의 중·고등학교, 대학에서 유학한 사람들이다.
시험 의뢰인들이 원하는 점수를 맞춰줄 정도로 영어 실력이 뛰어났으며 대리시험으로 번 돈은 도박 빚이나 생활비 등에 썼다고 경찰은 전했다.
대리시험을 의뢰한 사람은 회사원이 가장 많았고 취업준비생과 대학생도 있었다.
대기업 취업과 승진이 목적이었다.
대리시험으로 얻은 고득점 영어성적표를 법학전문대학원에 제출한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과 법무부 산하 기관 공무원도 있었고 대기업 증권회사에 취직한 사람도 있었다.
대리시험 의뢰자 모집은 포털사이트에서 이뤄졌다.

'토익, 텝스 등 어학시험 대신 봐 드립니다. 비밀 보장하고, 필요한 점수를 맞춰 드립니다'라는 광고성 댓글을 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2월 같은 수법을 쓴 영어시험 부정응시 조직과 의뢰인을 무더기로 검거한 뒤 일부 운전면허시험장에 합성 사진을 감별하는 시스템이 도입됐지만 활용도가 낮은 편"이라며 "위조한 신분증은 다른 범죄에 악용될 수 있어 관계기관에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개발한 얼굴식별 프로그램을 전면 도입할 것을 권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osh998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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