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전문가 "북핵문제, 북미 아닌 다자 협상으로 해결해야"

입력 2018-11-08 12:06  

中전문가 "북핵문제, 북미 아닌 다자 협상으로 해결해야"
동아시아재단-판구연구소 '한중 전략대화' 베이징서 개최
韓 전문가 "중국, 한반도 '한국 운전자론' 지지해야"
中측, 사드 조속한 철수 주장…韓측 "시간갖고 지켜봐야"



(베이징=연합뉴스) 김윤구 특파원 = 북한 핵 문제를 미국과 북한 양국이 아니라 관련국들이 다자협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중국 전문가로부터 제기됐다.
8일 중국 베이징에서 한국 동아시아재단과 중국 판구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제4회 한중 전략대화에서 위훙쥔(于洪君) 판구연구소 고급 고문(전 중공중앙대외연락부 부부장)은 기조연설자로 나서 "중국은 북한 핵 문제에서 구체적인 건의와 시간표를 제출해야 한다"면서 "미국의 방식을 그대로 따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위 고문은 "북한 핵 문제를 미국과 북한 양국이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다자협상 체제에 넣거나 적어도 이란 핵 협상의 '6+1' 체제처럼 세계의 핵 보유 대국들이 공동으로 해결할 것을 건의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방식으로 핵을 폐기하는지 등 구체적인 문제를 모두 협상해야 한다면서 "만약 북한 핵 문제의 처리가 우리나 공동의 염원에 부합하지 않으면 우리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반도 정세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에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위 고문은 "미중 무역전쟁이 악화해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 등 안보 영역까지 확대되면 중국이 한반도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에선 한반도가 통일되더라도 주한미군이 여전히 남아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서 이는 "무책임한 말"이라고 지적했다.
대북 경제협력 방식에 관해서도 조언했다.
위 고문은 한중일+북한 또는 한중일과 러시아 등 각국과 북한의 양자 합작 등 다양한 방식의 경제 협력이 가능하다면서 "중국에 공장을 세워 북한이 노동력을 제공하고 다른 합작국가가 기술과 자금을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문가들이 제안한 조차지+자유무역특구 방식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중국 일부 전문가는 영국이 홍콩을 조차(租借)한 것처럼 중국이 북한 영토 일부를 조차해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발표자로 나선 김기정 연세대 교수는 "중국이 한반도 운전자론과 한반도의 냉전 체제 종식이 지니는 의미를 지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중 양국이 한반도 평화공존과 공동번영을 위한 공동선언을 고려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중국은 한국 외교의 현실적 조건, 즉 한미동맹의 조건을 이해해야 하며 한반도 문제와 한국 외교를 미중 관계의 프레임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는 한반도 평화체제는 종전선언, 평화협정, 북미 외교관계 정상화의 단계로 진행돼야 한다면서 평화협정은 동북아 평화체제를 위한 선결 조치라고 지적했다.
주미 대사를 지낸 최영진 연세대 특임교수는 북핵 문제는 북한이 해야 할 비핵화의 범위와 미국이 제공할 경제제재 해소 범위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미 양국이 북한 비핵화 방법에 입장 차이가 있다면서 한국은 '관리'를, 미국은 '해결'을 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나 "최종적이고 안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같은 해결책을 미리 정해놓고 협상에 임해 연역적으로 풀어나가는 '서양식 해결' 방법을 취한다면서 "북핵처럼 북한의 핵 문제와 미래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는 데는 이런 방안이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가지씩 가능한 방안에 합의하고 이를 중심으로 미래를 개척하는 귀납식의 동양식 관리방안을 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조연설에서 한국 정부가 평화를 제도화하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주장하고 있다면서 "한국전쟁 참전국이자 정전협정 당사국인 중국의 역할이 '평화의 제도화'에 집중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 안보상황이 주변 열강의 이해관계에 따라 후퇴해서는 안 된다고 부언했다.
이날 중국 측 전문가들은 한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놓고 강도 높은 공세를 폈다.
미사일과 핵전략 전문가인 양청쥔(楊承軍)은 사드가 "중국 안보에 중대한 위협" 이라면서 "한국 안보에도 실질적인 가치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군사분야에서 한중이 공동 군사훈련, 군사 고위급 연락 체계 구축 등 협력을 제안하면서 "사드 시스템의 경계 등급을 빨리 낮추고, 사드를 빨리 영구적으로 철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상국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원은 "사드는 단순한 군사작전 문제를 넘었다"면서 "한중간에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에 대해 이미 논의가 끝난 걸로 안다. 시간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도 기회가 되면 사드를 철수할 수 있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기 때문에 너무 작전적 차원에 매몰돼 국제정치의 큰 그림이나 방어전략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y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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