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터커 통한 특검 제약, 민주당 견제로 쉽지 않을 듯
보호막 없어진 세션스, 특검에 협조할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간선거 실시 불과 하루 만에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을 해임하고 충성파로 알려진 매슈 휘터커 장관 비서실장을 장관 대행으로 지명하면서 그동안 러시아 유착 스캔들을 조사해온 로버트 뮬러 특검은 사실상 휘터커 대행의 지휘를 받게 됐다.
그러나 휘터커 신임 대행은 그동안 뮬러 특검의 조사에 거듭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온 만큼 앞으로 그가 뮬러 특검의 조사에 제한을 가하려 할지 즉각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 충성파인 휘터커 대행을 통해 막바지에 이른 뮬러 특검의 수사를 저지하려 할 것이나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의 강력한 견제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시사지 애틀랜틱이 7일 전망했다.
애틀랜틱은 또 해임된 세션스 전 장관이 뮬러 특검에 협조하고 나설 가능성도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세션스 장관 해임에 따른 커다란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지난 1년간 뮬러 특검 수사로부터 '셀프 제척'을 표명한 세션스 장관을 끊임없이 질책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후 세션스 장관을 해임할 것임을 시사해왔다. 세션스 장관을 '바보'로 비하하면서 그를 기용한 것은 실수였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자신에 대한 공화당 유권자들과 의원들의 지지를 잃을까 봐 세션스 해임을 미뤄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해임으로 이미 특검의 조사 배경이 되는 사법 방해 논란을 다시금 유발할 위험성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안보담당 법무 차관보로 재직했던 데이비드 크리스 변호사는 세션스 장관의 해임은 "이미 잘 알려진 뮬러 특검 조사에 대한 트럼프의 혐오 때문에 유발된 것이 명백하다"면서 세션스의 해임과 휘터커의 임명은 검사들이 '트럼프가 부패 목적으로 대통령 권한을 사용했다'는 혐의명세서를 구체화하는 또 다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중간선거가 마무리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특검을 의식하지 않고 보다 자유롭게 각료들의 경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지난 18개월간 러시아 유착 스캔들을 조사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에서 '부패 의도' 징후를 면밀히 주시해왔다.
휘터커 대행은 지난해 CNN에 뮬러 특검을 '비할 바 없이 정직한 인물'로 추켜세운 바 있으나 특검의 조사에 대해서는 '집단 린치'로 규정하고 조사를 중단시키기 위해 특검 예산감축을 주장하는 등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그는 또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이 뮬러 특검을 해임할 수 있는 절차에 관한 글을 공유하는가 하면 트럼프 선거캠프가 경쟁자인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 대한 약점을 얻기 위해 러시아인들과 접촉기로 한 결정을 옹호하기도 했다.
선거 과정에서 상대 후보에 유리한 입장에 서려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그는 또 뮬러 특검 조사에서 대배심의 핵심 증인인 샘 클로비스와 막역한 사이이다.
뮬러 특검은 지난 2017년 5월 로드 로즌스타인 부(副)장관으로부터 특검에 임명되면서 광범위한 재량권을 부여받았으며 러시아의 대선 개입 및 트럼프 선거캠프와 러시아 수뇌부와의 유착은 물론 조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관련 사안에 대해 조사할 수 있었다.
뮬러 특검은 또 자신의 조사 권한 밖 사안에 대해서도 뉴욕과 워싱턴DC 검사들에게 조사를 위촉해왔다. 트럼프가 러시아 측에 재정적인 약점을 잡혀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음모에 공모할 수밖에 없었다는 의혹도 사법 및 정보 관리와 의회의 주요 관심사였다.
러시아 스캔들 조사를 담당했던 법무부 고위관리 출신 데이비드 라우프먼은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충성파를 장관 대행으로 들여놓은 것은 정확히, 수사를 마무리하려는 특검의 권한 및 나아가 법치에 대한 사전 공격이라고 규정했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7일 세션스 장관의 해임에 즈음해 뮬러 특검의 조사를 비판해온 휘터커의 평소 발언을 지적하면서, 그 역시 장관 대행 기간 러시아 유착 스캔들 조사로부터 스스로 제척할 것을 요구했다.
민주당 승리로 중간선거 후 새로운 하원 정부 개혁감독위원장을 맡게 될 엘리자 커밍스 의원도 "휘터커 대행이 러시아 유착 스캔들 조사를 감독하는 것은 전적으로 부적절하다"면서 하원이 그의 임명 과정에 대해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원 민주당 의원들은 내년 1월 새 의회가 개원하면 휘터커 대행에 소환장을 발부, 선서하 증언을 요구할 수 있다.
여기에 이제 행정부의 보호가 없어진 세션스 전 장관이 뮬러 특검에 협조하고 나설 가능성도 있다. 세션스 전 장관은 이미 러시아와의 접촉에 관해 의회 위증 혐의로 FBI의 조사를 받은 바 있다.
트럼프로부터 버림받은 세션스 전 장관이 이제는 최소한 트럼프 대통령을 비호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선거 당시 세션스와 트럼프 후보 간에 이뤄진 행동들은 대통령 면책 사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전문가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션스 장관 해임으로 보다 큰 역풍에 직면할 수 있는 상황이다.
yj378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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