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당뇨 등 만성 질환 환자 수입약 값 폭등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미국의 이란에 대한 경제·금융 제재의 영향으로 이란에서 '의약품 비상'이 걸렸다.
의약품은 인도주의적 물품으로 분류돼 제재 대상이 아니지만, 외국과 금융 제재로 은행, 외환 거래가 차단된 탓에 이란에서 제조하지 못하는 필수 의약품 수입도 극히 제한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미국의 제재가 평범한 이란 국민의 생명을 위협한다면서 인기 배우, 스포츠 선수 등 유명 인사까지 동참한 항의 릴레이가 벌어지고 있다.
이들은 SNS에 #'Sanctios_Target_Me'(제재의 표적은 나)라는 해시태그를 올리면서 미국의 제재가 그들의 주장대로 이란 정권에 타격을 주는 게 아니라 무고한 이란 국민을 무차별로 겨냥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란 국영방송에 출연한 한 소아암 환자의 어머니는 "의사가 우리 딸에게 약을 처방하면서 3년간 계속 그 약을 먹으라고 했다"며 "약을 앞으로 계속 구할 수 있을지 걱정이어서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의 배우 후만 세예디는 6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란 은행들에 대한 제재는 단지 언론이 보도하는 뉴스가 아니다. 제재는 암에 걸린 어린이들의 죽음을 의미한다"는 글을 올렸다.
테헤란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아흐마디 씨는 "암, 당뇨병, 혈압 질환과 같이 약을 항상 먹어야 하는 중증 질병 환자가 제재로 약을 구할 수 없을 것"이라며 "벌써 수입 약품 가격이 올해 들어서 3∼5배 올랐고 재고도 없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란 내 은행 가운데 의약품, 식품과 같은 생존에 필요한 인도주의적 물품을 외국에서 수입하는 데 금융을 담당한 은행은 파르시안, 허바르미야네, 사만, 파사르가드 등 4곳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지난달 16일 이 가운데 인도주의적 교역에 가장 크게 역할 했던 파르시안 은행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쿠로시 파르비전 파르시안 은행장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란 국민을 위한 인도주의적 물품 교역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우리 은행을 제재한 것은 실수"라고 비판했다.
파르시안 은행은 2012년 미국이 대이란 제재를 가했을 때도 제재 대상이 아니었다.
이 은행은 웹사이트에 "지난 제재 기간 우리 은행은 의약품, 식품 등 상당한 양의 인도적 물품이 수입되는 데 기여했다"며 "국제적 수준의 돈세탁 방지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이란에선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동시 제재를 받았던 2012년에도 의약품이 부족해 만성 질환 환자가 10만명 이상 죽었다는 소문을 사실로 여긴다.
당시에 밀수 의약품 고가 판매와 가짜 약이 횡행해 이란 국민이 큰 피해를 보기도 했다.
비단 이란뿐 아니라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에 대한 징벌로 미국이 주도한 국제사회의 제재로 이라크에서는 의약품 수입이 허용된 1996년까지 가혹한 의약품, 의료시설 결핍에 시달려야 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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