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 장악 민주당, 트럼프 '외교독주' 저지 줄조사·청문회 예고

입력 2018-11-09 07:34  

하원 장악 민주당, 트럼프 '외교독주' 저지 줄조사·청문회 예고
외교위원장 유력 엥겔 의원 "행정부 의회 존중해야…모든 수단 동원"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11·6 중간선거에서 8년 만에 하원을 '탈환'한 미국 민주당이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 전반에 대한 의회 차원의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벌써부터 벼르고 있다.
청문회 개최와 의회 조사권 발동 등 '소환권력'을 무기로 외교 분야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독주를 저지하겠다는 것이다.
8일(현지시간) 예정됐던 북미고위급 회담의 연기로 북미 대화가 다시 교착될 수도 있는 가운데 현 톱다운 방식의 대북 문제에 대한 하원의 견제 움직임도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워싱턴포스트(WP)의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은 이날 '민주당은 트럼프 외교정책의 모든 분야를 조사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외교정책 및 국가안보 관련 상임위들을 맡게 될 민주당 인사들은 러시아, 트럼프 오거나이제이션의 이익 충돌, 사우디아라비아, 국무부의 운영실태 등 다뤄나갈 긴 목록을 실행에 옮길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오거나이제이션은 트럼프 대통령이 총수로서 운영해온 기업집단으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해외 사업 등을 하는 과정에서 이익 충돌 논란에 휘말려왔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다음날인 7일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의 실속 없는 조사 남발은 '조사 피로증'에 부딪혀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의 권한을 이용, 자신과 주변을 파헤치려 하면 '전투태세'로 맞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차기 하원 외교위원장으로 유력한 현 민주당 간사인 엘리엇 엥겔(뉴욕) 의원은 하원 외교위가 백악관과 국무부, 그리고 트럼프 오거나이제이션이 외교정책을 어떤 식으로 펴왔는지에 대해 지체 없이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긴이 전했다.
'승자 독식 구조'인 미 하원의 경우 이번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이 상임위원장직을 '싹쓸이'하게 된다.
엥겔 의원은 로긴과의 인터뷰에서 "백악관은 우리(하원 외교위)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그렇게 하도록 우리가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단 지켜보겠지만, 우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일단 행정부에 새로운 의회 카운터파트들과 협력할 기회를 제공한 뒤 행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외교 독주'에 나설 경우 증인 소환과 예산권, 그 외 입법부의 권한 내에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엥겔 의원은 말했다.
민주당은 당장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향해 정책 협의 등 의회 존중을 요구하고 나설 태세이다.
엥겔 의원은 폼페이오 장관에 대해 "나는 그를 국무장관으로서 존중한다. 그도 외교위를 존중해야 한다. 존중은 '쌍방향'이어야 한다"며 '의회 무시 행태'는 묵과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는 하원 외교위 차원에서 지난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의 내통 의혹을 둘러싼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을 비롯, 러시아의 미 선거 개입 의혹과 트럼프 오거나이제이션의 이익 충돌, 사우디, 폼페이오 장관의 국무부 운영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 청문회를 열 계획이라며 '청문회 러쉬'를 예고했다.
이 가운데서도 '1순위'는 러시아 문제라고 그는 전했다.
민주당은 하원 외교위를 중심으로 현안별로 다른 유관 상임위와의 공조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로긴은 "하원 외교위는 그동안 대체로 여야 간 초당적 협력을 중시한다는 평가를 받아왔고 엥겔 의원도 이를 가급적 존중한다는 방침이나, 백악관과 국무부가 의회의 관리·감독 권한을 너무 오랫동안 간과해왔다"며 "행정부는 새로운 관리·감독자들의 역량과 경륜을 과소평가해선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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