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성윤 "섣불렀던 은퇴, 죽고 싶었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다면…"

입력 2018-11-09 09:24  

방성윤 "섣불렀던 은퇴, 죽고 싶었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다면…"
최근 KBL '선수 등록 불허'…"일본·필리핀 등 외국 리그 도전"
폭행 무죄, 사기 부분은 전액 변제 및 피해자 합의 마쳐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진짜 죽고 싶었습니다. 그래도 지금 늦지 않았다면 선수로서 다시 마무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국가대표 출신 방성윤(36)의 '농구 인생'은 그야말로 파란만장했다.
2005년 KBL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부산 KTF(현 부산 kt)에 지명된 그는 미국프로농구(NBA) 하부리그인 D리그에 도전하겠다며 미국으로 떠났다가 2005-2006시즌 도중 서울 SK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다.
KTF와 SK가 방성윤을 포함한 3대3 트레이드에 합의하면서 방성윤은 NBA 도전의 꿈을 접고 SK로 돌아와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196㎝의 키와 건장한 체격, 정확한 외곽포 등을 두루 갖춘 방성윤은 미래의 국가대표 에이스감으로 지목됐고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등에 태극 마크를 달고 출전해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프로에서도 그는 2007-2008시즌 국내 선수로는 드물게 평균 득점 20점 이상(22.1점)을 기록했고 2006-2007시즌부터 3년 연속 3점슛 부문 1위에 올랐다.




2009-2010시즌을 마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방성윤은 그러나 이때 계약 과정이 순탄치 못해 일이 꼬이고 말았다.
SK와 1차 협상 때 구단 제시액 5억2천만원에 맞서 5억7천만원을 요구, 합의에 이르지 못한 방성윤은 다른 구단으로부터 영입 의향서를 받지 못해 SK와 재협상에 들어갔고 이때는 연봉 1억3천만원으로 대폭 삭감된 조건에 도장을 찍어야 했다.
원소속 구단과 재협상에서도 계약이 안 되면 1년간 국내 무대에서 뛸 수 없는 상황이었다.
2010-2011시즌에는 5경기 출전에 그친 방성윤은 결국 2011년 6월에 '깜짝 은퇴'를 선언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한창때인 29세였다.
8일 만난 방성윤은 "섣부른 은퇴에 많이 후회하고 있다"며 "그때는 너무 저 혼자만 생각했던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은퇴 이후 농구 선수일 때의 삶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더욱 파란만장한 시기를 보내야 했다.
폭행과 사기 등의 혐의로 2016년 12월 법정 구속까지 됐다.
약 8개월 정도 실형을 살아야 했던 방성윤은 이후 재심을 통해 폭행 부분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고, 사기에 대해서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지난해 8월 석방됐다.
사기 사건에 대해서도 방성윤은 피해액을 전액 변제했고, 피해자와 합의까지 마쳤다.
방성윤은 "은퇴 이후 사회생활이 미숙하다 보니 그런 상황까지 벌어졌다"며 "어찌 됐든 저로 인해 벌어진 일들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사죄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최근 KBL에 선수 등록을 할 수 있도록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KBL은 7일 "방성윤의 원소속 구단인 SK가 최근 방성윤의 임의탈퇴 철회 및 선수 등록을 요청해 재정위원회를 열었다"라며 "집행유예가 끝나지 않은 방성윤에게 결격 사유가 있다고 판단해 그의 선수 등록을 허락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방성윤은 "안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드렸는데 은퇴 이후 사회생활을 하면서 저를 싫어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아껴주고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많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그분들께 한 번이라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마무리하고 싶어서 복귀를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모교인 휘문고에서 후배들을 잠깐씩 지도하며 함께 몸을 만들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오전에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주로 하고, 오후에는 휘문고에 가거나 동호인 농구 클럽 등을 찾아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는 방성윤은 "SK에서도 도와주셔서 복귀 신청까지 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게 나와 안타깝다"고 심경을 밝혔다.
현역 때보다 몸무게가 훨씬 빠진 것 같은 모습에 체중을 묻자 "지금 90㎏ 정도로 선수 때에 비교하면 10㎏ 정도 가벼운 상태"라고 답한 그는 "그래도 출소할 때보다 10㎏ 정도 더 붙은 것"이라고 그간의 마음고생, 몸 고생을 짐작하게 했다.
방성윤은 "8개월 정도 (구치소에서) 살았는데 그때는 진짜 죽고 싶었다"며 "부모님도 너무 힘들어하시는 데 다시 힘을 낼 수밖에 없었다"고 안 좋았던 과거를 떠올렸다.
그는 "휘문중·고 관계자들, 선배님들도 도와주시고, 또 제가 이번에 KBL에 선수 등록을 요청한다고 하니 어떤 분들은 자필로 탄원서까지 적어서 보내주셨다"고 주위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제 잘못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생각해보니 역시 제가 잘하는 것은 농구밖에 없었다"고 절박한 마음도 함께 털어놨다.




KBL 복귀는 일단 힘들어졌지만 방성윤은 외국 리그 진출도 알아볼 참이다.
방성윤은 "외국도 거의 리그가 시작한 상황이라 될지 안 될지 확신은 없다"며 "KBL 복귀를 위해 몸을 만들고 있었던 상황이기 때문에 일본, 필리핀, 중국 쪽 리그에도 도전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15분 정도 뛸 정도의 몸 상태로 판단하고 있다는 그는 "1년이라도 잘 뛰어서 선수로서 마무리를 잘 하고 싶고, 2019년 12월이면 집행유예 기간도 만료되는데 만일 그때까지 지금의 몸 상태를 유지한다면 다시 한번 판단을 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2015년에는 다문화가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농구 지도 봉사 활동을 하기도 했던 방성윤은 "지금도 모교 후배들이나 경기도 성남 분당의 국제학교 학생들을 조금씩 봐주고 있다"며 "지금은 복귀 준비에 제 생활도 넉넉하지 않아 여유가 없지만 앞으로 기회가 되면 재능기부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은퇴를 결정할 때는 어떻게든 잘 살 수 있을 거라고 사회를 너무 쉽게 봤다"고 7년 전 선택을 후회하며 "마지막으로 선수로서 좋은 모습을 주위 분들께 보여드리고 그만두고 싶은 것이 지금의 제 마음"이라고 말했다.
email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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