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 이어 감사원 전방위 조사…실체 드러날지 주목
(여수=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검찰과 경찰 수사에도 전남 여수시 상포지구 개발사업에 대한 의혹이 사그라지지 않은 가운데 최근 시작된 감사원 감사가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지난해부터 경찰과 검찰이 개발 인허가 과정에서 불거진 특혜 의혹을 수사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고 택지 개발사업도 제자리걸음이어서 의혹 해소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주철현 전 여수시장의 5촌 조카사위가 개발업체 대표로 일하며 수십억원을 횡령하는 등 의혹에 연루됐지만, 개발사업의 실체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감사원이 여수시를 포함한 전국 58개 지자체에 대해 벌이고 있는 특별감사에 지역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년간 버려진 황무지를 개발한 행정의 결과인지, 인허가 과정에서 특정인에게 특혜를 준 것인지는 이제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따라 드러날 전망이다.
◇ 20년간 방치된 땅이 택지로…개발업자 막대한 이익 챙겨
여수시 돌산읍 우두리 상포지구는 삼부토건이 1986년 12만5천400㎡를 매립한 뒤 1994년 전남도의 조건부 준공을 받았다.
배수시설과 도로 등을 만들어야 했지만, 준공 조건을 맞추지 못하면서 분양하지 못해 20여년간 사업은 중단됐다.
2015년 개발업체 Y사가 용지를 매입했고 택지개발을 재개하자 인허가 과정에서 잡음이 불거졌다.
특히 Y사 대표 김모(48)씨가 주 전 시장의 5촌 조카사위로 알려지면서 특혜 의혹이 강하게 일었다.
Y사는 설립 하루 만에 상포지구를 100억원에 사들였으며 기획 부동산과 일반 투자자 등에 286억원에 되팔아 186억원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일반투자자들은 여수시가 토지분할을 해주지 않으면서 등기를 못 해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투자 피해자들로 구성된 상포지구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8월 호소문을 내어 "상포지구는 기반시설도 갖춰지지 않은 데다 재산권 행사도 못 하고 있다"며 "피해자도 1천여명에 달하고 피해액도 수백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 검·경 특혜 의혹 밝히지 못해…횡령 혐의 개발업자는 풀려나
상포지구 특혜 의혹은 지난해 3월 Y사 대표 김씨가 매각 대금을 횡령했다는 고소장이 경찰에 접수되면서 처음 제기됐다.
경찰은 여수시청 도시계획과와 비서실 등을 압수 수색을 하는 한편 인허가 등 행정업무를 여수시에 위임한 전남도를 상대로 특혜 여부를 조사했지만, 의미 있는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경찰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로 토지 개발업체 Y사 대표 김씨와 이사 곽모(40)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김씨는 검찰의 소환에 불응하다 잠적했으며 7개월만인 올해 4월 검거돼 구속됐다.
검찰은 김씨에 대해 법인 자금 28억6천여만원 등 96억여원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와 횡령 금액을 숨긴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했으나 법원은 지난달 24일 공소를 기각하고 김씨를 석방했다.
의혹의 핵심에 있던 김씨가 석방되면서 특혜 의혹에 대한 실체 규명은 감사원으로 공이 넘어갔다.
◇ 주 전 시장·공무원 직무유기는 무혐의…감사에서 의혹 밝혀질까
시민단체인 여수시민협은 지난 4월 주 전 시장이 조카사위인 개발업체 대표 김씨에게 돌산읍 상포지구 개발 인허가 과정에서 특혜를 주고 감독을 소홀히 했다며 고발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관련 공무원을 소환해 조사했으며 준공 인가가 여수시장의 재량 범위 내에서 이뤄졌고 부실 공사라는 이유만으로 직무 유기가 이뤄졌다고 보기 힘들다고 판단, 공무원 등 4명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검찰이 직무 유기 의혹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했지만, 감사원이 특별감사를 통해 당시 인허가 과정에 대해 조사하면서 귀추가 주목된다.
감사원은 2015년 당시 인허가 업무를 맡았던 공무원들을 불러 전남도로부터 인허가 업무를 위임받은 과정이 적절했는지, 인허가 과정에서 편의를 봐준 것은 없는지를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이 조사한 공무원은 모두 6∼7명 선으로 검찰 조사 대상이었던 4명보다 훨씬 많다.
지난달 18일부터 감사에 들어가 6일까지 감사를 마친 감사원은 조사 기간을 연장할 것으로 알려져 실체가 드러날지 관심이다.
여수시 관계자는 "검찰은 직무유기 건만 들여다봤고, 행정적으로 인허가 절차를 깊이 조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감사원의 조사 결과가 매우 중요하다"며 "의회 특별위원회 조사 자료는 물론, 경찰과 검찰의 수사 자료도 확보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특혜 의혹 해소 기대…"택지개발도 재개해야"
20년만에 개발이 재개돼 기대를 모았던 상포지구 개발사업은 특혜 의혹으로 현재 중단됐다.
도로와 공원, 주차장 등 도시개발을 위한 기반시설이 마련되지 않았고 개발행위 허가 제한지역으로 묶여 땅을 사고, 팔 수 없다.
상포지구비상대책위원회는 개발업체로부터 토지를 분양받은 사람이 여수와 순천, 대구, 울산, 부산, 창원 등 전국적으로 1천여명에 달하고 피해액도 500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개발이 늦어지자 돌산읍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주민 박모(57)씨는 "버려져 있던 땅이 개발된다는 소식에 기대감이 컸는데 특혜 의혹이 불거지면서 1년 넘게 방치되고 있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특혜 의혹이 말끔하게 해소돼 개발사업이 시작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성미 여수시의원은 "상포지구는 돌산에서 중심이 될 수 있는 지역이어서 주민들의 관심이 매우 크다"며 "의회가 시의 각종 개발사업에서 특혜 의혹을 조사하고 견제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minu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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