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노량진시장 이전 최후통첩일…'불안'에 흔들리는 상인들

입력 2018-11-09 16:05  

옛 노량진시장 이전 최후통첩일…'불안'에 흔들리는 상인들
신시장으로 이전 신청 마지막날…수협 "남아있던 281곳 중 절반 이상 이전 신청"
상인들 "더는 버틸 수 없어 이전 신청" vs "끝까지 싸울 것"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구(舊)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이 신시장 이전 신청을 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인 9일 강경하게 이전을 거부하던 상인들의 태도가 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협은 전날 밤 기준 구 시장 잔류 상점 281곳 중 과반인 150곳이 신시장 이전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수협은 앞서 이달 5일 단전·단수를 하며 신시장 이전 신청기한을 9일 오후 5시로 못 박았다.
수협의 이러한 조치에 상인들은 강력하게 반발하며 구시장 입구에서 매일 농성을 이어왔다. 100여명의 상인은 신시장에 진입하는 경매 차량을 막아서며 수협 직원들과 충돌했다.
하지만 이날은 강경하게 반발하던 전날 모습과 다르게 불안에 떠는 상인들이 유독 눈에 많이 띄었다. 전날 촛불을 켜고 손님이 지나가면 적극적으로 호객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멍하니 앉아 있는 상인들이 많았다.
불이 끊겨 어두운 시장 내부에는 상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불안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박스와 도마 등을 수레에 실으며 이사를 준비하는 상인도 있었다.
5일 이전에는 신청한 상인을 '배신자'로 몰아가던 분위기였지만, 이날은 신청한 상인들을 중심으로 다른 상인들이 모여들어 '질문세례'를 퍼부었다. 상인들은 이전 신청서를 함께 보거나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날 아침 이전 신청을 한 상인은 "전기와 물을 끊으면서 사람이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장사도 안되고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다. 주변에서도 다 간다고 하니 더는 버틸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주변 상인들에게 신청 장소를 물으며 시계를 연신 쳐다보고 있던 A 씨는 "원래 동료들이랑 함께 신청하려고 했는데 안 간다는 사람이 있어서 고민 중"이라며 "시간이 다 돼서 불안하다"고 이야기했다.
상인 B 씨는 "사람들 거의 다 넘어갔다. 나도 불안해 죽겠다"며 "어젯밤에 사람들이 다 들어간다고 마음을 바꿨다. 남편이랑 얘기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말하는 내내 눈물을 흘리며 너무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반면 수협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며 끝까지 버티겠다는 상인들도 있었다. 상인 60여명은 이날도 구시장 입구에서 농성했다.

윤헌주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비상대책총연합회 공동위원장은 "사람 많이 빠져나간 것 알고 있고 앞으로도 많이 빠져나갈 것"이라며 "그래도 계속 싸울 것이다. 계속 상인들을 빼앗기고 있지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량진수산시장은 시설 노후화 등 문제로 2004년부터 현대화가 추진돼 2016년 3월부터 새 시장 영업이 시작됐다. 그러나 전체 654개 점포 가운데 281곳이 이전을 거부하며 갈등을 빚어왔다.
p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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