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건상 대여 논의중…고려전 개막 이후라도 가져올 것"

입력 2018-11-09 16:48   수정 2018-11-09 16:50

"왕건상 대여 논의중…고려전 개막 이후라도 가져올 것"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 "고려문화는 정교·대담·우아"



(합천=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왕건상을 비롯해 어떤 유물이 어떻게 올지 실무협상 중입니다. 대여라는 큰 원칙은 합의한 셈이고요. 대고려전 개막 이후라도 가져오겠다고 생각하면서 만반의 준비를 하겠습니다."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9일 고려목판과 건칠희랑대사좌상 이운을 부처에게 알리는 고불식(告佛式)이 열린 합천 해인사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고려 태조 왕건상을 북한에서 대여하는 문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박물관이 내달 4일 개막하는 '대고려, 그 찬란한 도전'은 고려 건국 1천100주년을 맞아 국내외에 흩어진 귀중한 고려 유물을 한데 모아 선보이는 전시다.
배 관장은 왕건상과 개성 만월대 출토 고려 금속활자를 포함해 북한에 있는 다양한 고려 유물을 대고려전에서 선보이는 방안을 추진했고, 대여를 희망하는 문화재 목록을 정리해 북측에 전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평양을 다녀온 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 유물 전시에 협력하기로 했다고 발표하면서 북한 유물 대여는 성사 가능성이 매우 커졌으나, 아직 구체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북한 고려 유물 가운데 왕건상은 그의 스승인 건칠희랑대사좌상이 이날 처음으로 해인사 산문을 나와 서울 나들이를 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왕건상은 1992년 10월 고려 태조릉인 현릉(顯陵) 봉분 북쪽에서 나온 청동 좌상이다. 초기에는 불상으로 알려졌으나, 세종실록에서 왕건 조각상을 태조릉 옆에 묻었다는 내용이 확인되면서 왕건상으로 보는 견해가 굳어졌다.
머리에는 황제가 쓰는 통천관으로 짐작되는 관을 썼고, 몸에는 옷을 걸치지 않았다. 발굴 당시에는 몸 곳곳에 도금한 조각과 얇은 비단 천이 붙어 있었으며, 양식상 10∼11세기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왕건상은 2006년에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공개된 적이 있는데, 이번에 다시 서울에 오면 처음으로 희랑대사좌상과 대면해 사제 간 만남을 연출하게 된다.



배 관장은 "대고려전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자 일부러 해인사 고불식과 연천 숭의전지 문화 행사를 마련했다"며 "숭의전지는 개성 송악산에서 불과 20여㎞ 떨어져 있어서 행사 자체가 북한에 보내는 메시지가 되리라고 기대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고려문화에 대해 "정교하고 대담하며 우아하다는 점이 특징"이라며 "전시를 보면 고려시대에 우리 문화가 얼마나 우수했고 높은 수준으로 무르익었는지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려를 거치면서 '코리아' 정체성이 강화하고 확실해졌다"며 "고려문화가 세계적으로 재평가되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배 관장은 북한 유물과 함께 가져오기를 바랐던 프랑스 국립도서관 소장 '직지심체요절'과 일본에 산재한 고려 문화재가 들어오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도 나타냈다.
그는 외국에 있는 우리 문화재가 전시 등의 목적으로 왔을 때 압류나 몰수 조치를 못 하도록 하는 법률이 없다는 이유로 프랑스와 일본에서 유물 대여에 대해 거듭 부정적인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인터뷰 말미에 다시 남북 교류를 화제로 꺼낸 배 관장은 "문화유산 교류는 소나기가 아니라 촉촉한 가을비처럼 해야 한다"며 "엄중하게 단절된 상태에서도 문화는 최후의 보루라는 생각으로 공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남북관계가 활성화한다면 대고려전이 막을 내리기 전에 남북 주요 인사들이 고려 유물을 함께 감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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