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나이 90세, 많지 않아…세계 여성 평화 위해 열심히 뛸 것"

입력 2018-11-09 20:22   수정 2018-11-09 21:39

"제 나이 90세, 많지 않아…세계 여성 평화 위해 열심히 뛸 것"
구순 잔치 맞은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 이용수 할머니…"오늘 가장 행복"



(대구=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 "제 나이 90세입니다. 많지 않습니다. 활동하기 딱 좋은 나이입니다. 세계 여성 평화를 위해 열심히 뛰겠습니다."
9일 대구 남구 프린스호텔 별관에서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 이용수 할머니를 위한 구순 잔치가 열렸다.
대구가 고향인 할머니는 1928년 12월 13일 태어났지만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등 5개 단체는 날짜를 앞당겨 이날 생신 잔치를 마련했다.
시민모임 관계자는 "12월이면 바쁘고 경황이 없을 것 같아 할머니와 상의한 뒤 생신 축하 자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잔치 주인공인 이 할머니는 고운 한복 차림으로 손님을 맞았다.
축하 행사는 이 할머니 활동 영상 상영, 토크 콘서트 등 순서로 2시간 동안 진행했다.
행사를 공동주최한 5개 단체 관계자를 비롯해 일본, 미국 등에서 온 연대단체 관계자 등 200여 명은 할머니와 반갑게 포옹하거나 박수를 치며 구순 잔치를 축하했다. 또 이 할머니가 밴드 반주에 맞춰 구성지게 노래를 부르자 큰 박수로 화답했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마창진시민모임 소속 한 활동가는 "할머니가 걸어온 길에 함께할 수 있어 벅차다"고 말했다.
오카하라 미치코(69)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히로시마 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이 할머니는 지난해 히로시마에서 피해 증언을 하시며 우리 단체에 많은 용기를 주셨다"며 "생일잔치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축하하고 싶어 대구로 왔다"고 했다.
대구 고성동에서 태어난 이 할머니는 1944년 꽃다운 16세 나이에 대만으로 끌려가 일본군 위안부 생활을 강요당했다.
해방되던 해 귀국한 이 할머니는 1993년 일본군 위안부로 등록했다.
또 매주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수요시위에 20년 넘게 참석하고 있으며, 위안부 문제를 부인하는 일본 정부에 맞서 전 세계를 돌며 증언과 강연도 하고 있다.
이 할머니는 "사람은 죄를 짓고 살지 못한다"며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때가 되면 공식적으로 사죄하고 배상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도 행복했던 적은 많았지만 오늘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 뒤 두 팔로 머리 위에 하트를 그리며 "사랑합니다. 여러분"이라고 외쳤다.
su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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