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도시철도 2호선 공론화로 생활 민주주의 실현했다

입력 2018-11-11 08:50  

광주 도시철도 2호선 공론화로 생활 민주주의 실현했다
시민참여단 243명 1박 2일 토론·학습 후 16년 논란 마침표
긍정 평가와 함께 '단체장 책임 회피 수단' 전락 우려도


(광주=연합뉴스) 김재선 기자 = 광주 도시철도 2호선 건설 문제와 관련해 시민이 참여하는 공론화를 통해 16년 동안의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동안 시장이 바뀔 때마다 건설 여부와 방식을 둘러싸고 논란을 거듭해 오던 지하철 2호선 건설 문제에 대해 시민의 힘으로 결론을 내렸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광주 도시철도 2호선 공론화위원회는 지난 9∼10일 전남 화순 금호리조트에서 시민참여단 243명이 참여한 숙의 토론을 거쳐 78.6%의 찬성률로 2호선 건설을 결정했다.
이번 공론화 작업은 민주의 성지를 자부하는 광주에서 생활 민주주의의 씨앗을 뿌렸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공론화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이용섭 당시 후보가 지하철 2호선 건설을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시작됐다.
공론화위원회 구성을 두고 광주시와 시민단체의 이견으로 한때 좌초 위기도 있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지난 9월 17일 '광주 도시철도 2호선 공론화위원회'가 발족했다.
공론화위원회는 최영태 전남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고 중립적 인사 7명으로 구성됐다.
또 공론화 방식은 시민참여 숙의형 조사 방식으로 결정됐다.
이는 그동안 중립적 인사로 공론화원회를 구성하자는 광주시의 주장과 시민참여형 숙의 조사를 요구한 시민단체 측 주장을 모두 수용한 것이다.
공론화위원회 구성부터 규정 마련, 의제 설정, 설문조사 횟수와 방식, 1박 2일 숙의 프로그램 운영 방식 등 모든 것을 합의 절차로 진행했다.
검증위원회와 소통협의회도 별도로 구성해 찬반 양측과 수시로 소통하며 잡음 없는 결론을 위한 행보를 이어갔다.
여론조사로 시민참여단 250명을 선정하고, 찬반 양측과 외부 전문가들의 열띤 강연과 주장을 통해 공론화 취지대로 도시철도 2호선의 학습이 이뤄지도록 했다.
공론화 방식에는 신고리 5·6호기 때와 흡사한 '공론화 조사'를 비롯해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위원회에서 채택한 시나리오 워크숍, 무작위로 선발된 시민이 전문가의 증언을 듣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시민 배심원제 등이 도입됐다.
이 같은 절차로 이뤄진 도시철도 2호선에 대한 결론은 그야말로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결정임을 입증했다.
한 참가자는 "시민참여와 행동하는 힘으로 민주주의 의미를 새삼 확인할 수 있는 벅찬 경험이었다"며 "이번 공론화가 민주도시 광주에서 생활 민주주의로 진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화순 금호리조트에서 진행한 1박 2일 동안의 숙의 프로그램은 공론화 과정의 핵심이었다.
250명의 시민참여단 가운데 개인 사유로 불참한 7명을 제외하고 243명이 참여해 97.2%의 높은 참석률을 보였다.
토론과 토의가 10여 차례 이어지고 대학교수와 시민단체 대표, 행정·재정 분야 연구원, 법률가, 회계사 등이 나서 시민참여단의 이해를 도왔다.
또 광주시 누리집과 페이스북 실시간 중계로 주요 프로그램과 결과 발표를 알려 시민에게 열린 모습을 보였다.
공론화 현장에는 서울시 공무원과 대전 월평공원 공론화위원회 관계자 등이 참여해 공론화 과정을 꼼꼼히 지켜보기도 했다.
이 같은 공론화는 '시민의 집단 지성'을 활용해 자치단체의 난제를 해결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현재 각 자치단체가 찬반 여론이 맞서는 대형 사업의 추진을 두고 공론화 과정의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공론화가 만능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민감한 사안을 두고 지방자치단체장이 정책 결정을 회피하거나 미루려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공론화가 시민참여로 정책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기는 하지만 자치단체장이 책임 회피 수단으로 활용하거나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서 근본적인 해결책 제시보다는 찬반 의견을 모두 반영한 미봉책이 나올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최영태 공론화위원장은 "이번 공론화는 민주도시 광주에서 생활 민주주의의 현주소를 진단해보는 긍정적인 척도가 됐다고 본다"며 "시민이 행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자기 삶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공론화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kjs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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