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성' 부인하는 日, 징용대신 '한반도출신 노동자' 공식 사용

입력 2018-11-11 10:29   수정 2018-11-12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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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부인하는 日, 징용대신 '한반도출신 노동자' 공식 사용
아베 발언 이후 표현 일원화…국회 답변·정부 답변서에서 사용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 일본 정부가 지난달 말 일본 기업에 대한 우리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과 관련해 원고인 피해자들의 명칭을 '구(舊) 조선반도(한반도) 출신 노동자'로 일원화하기로 했다고 NHK가 11일 전했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국회 답변이나 고위 관리의 기자회견 등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주로 '징용공'(徵用工)이라고 표현해 왔다. '구 민간인 징용공', '구 민간징용자'라는 표현도 사용됐다.
명칭 변경은 피해자들이 일제 강점기에 일본측에 의해 강제로 동원됐다는 점을 애써 숨기기 위한 의도로 받아들여진다.
NHK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에 따라 앞으로 국회 답변이나 정부 자료 등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구 한반도 출신 노동자'로 일원화해 사용할 방침이다.
이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우리나라 대법원의 배상 판결 이후인 지난 1일 국회 답변에서 "구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말한 영향이 큰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도 지난 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한국 대법원 판결의) 원고는 징용된 분들이 아니다. 모집에 응한 분이라고 정부는 이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징용'이란 표현을 쓰지 않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는 "현실이 그렇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만 답했다.

일본 정부의 이런 방침은 과거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과를 거부하고 당시 위안부 강제 모집 등의 불법성을 부인하는 등 '과거사 부인' 행보와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일제 강점기 일본 정부와 조선총독부는 할당모집, 관 알선, 국민징용 등 3가지 방식으로 한반도에서 노동자를 강제 동원했다.
그러나 할당 모집이나 관 알선 모두 형식만 모집이나 알선이었지 모집인원이나 지역은 일본 정부와 조선총독부가 결정했다.
모집정원을 채우기 위해 강압적인 방법이 동원됐고, 일단 일본 기업에 배정되면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강제 노동에 시달렸다.
특히 모집 형식으로 강제동원된 피해자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고향으로 돌아가려 해도 '현원징용'(現員徵用)으로 전환돼 강제 노동을 강요받은 사례도 적지 않았다.
현원징용은 할당모집이나 관 알선 방식으로 동원된 노동자들을 현장에서 징용 노동자로 신분을 바꾸는 것이었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 정부의 이런 대응은 다른 분야로도 파급되는 양상이다.
그룹 방탄소년단의 지난 9일 TV아사히 출연이 취소됐고, NHK, 후지TV 등도 이달과 다음달 방송되는 연말 특집방송 등에 방탄소년단을 출연시키려다가 전면 백지화했다.

choina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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