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귤 8년만에 北으로…2010년 이후 첫 대규모 대북물자 반출

입력 2018-11-11 15:15   수정 2018-11-11 20:43

제주 귤 8년만에 北으로…2010년 이후 첫 대규모 대북물자 반출
천안함 피격 이후 개성공단 外 물자 반·출입 사실상 끊겨
당국자 "답례 성격에 대가성 없어…5·24조치나 유엔 제재와 무관"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이정진 기자 = 정부가 11일 평양정상회담 당시 북측의 송이버섯 선물에 대한 답례로 제주 감귤 200t을 북한에 보낸 것은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남측 물자의 대규모 대북 반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11일 "2010년 천안함 피격 사태 이후 남측의 물자가 이처럼 대규모로 북한으로 들어간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물자의 반출이나 미국인이 운영하는 유진벨재단이 남측에서 구한 결핵약을 북한에 지원한 사례 정도만 있었을 뿐이다.
1999년부터 2010년 초까지 12년간 진행된 제주도의 북한 감귤 보내기 운동도 천안함 피격 사태 이후 남북관계가 얼어붙으면서 더는 진행되지 못했다.
성격은 당시와 다르지만 이번에 제주 감귤이 북한으로 넘어가면서 끊겼던 감귤 지원의 명맥이 8년여 만에 다시 살아난 셈이다.

이번 귤 지원은 5·24조치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및 미국의 독자 제재 망에도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5·24조치가 남북교역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번 귤 지원은 대가가 오간 것이 아닌 데다 북측이 송이버섯을 선물한 데 따른 답례의 성격이기 때문에 이와 무관하다"고 말했다.
안보리 대북제재와 미국의 대북 독자 제재 잣대로 봐도 문제가 없어 보인다.
우선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상 금수 품목에 농산물은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정부는 안보리 제재 예외 인정을 받기 위한 신청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을 직·간접적으로 돕거나 북한에 큰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대북제재의 취지에도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북물자 제공이라는 점에서 한미 외교 당국 간 조율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관계자는 "미국과 필요한 협의는 진행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미국도 귤이 안보리 금수 품목이 아닌 점, 북한의 송이 선물에 대한 답례 성격이 있는 점, 장기간 보관이 불가능해 군용으로 비축하기도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해 이번 귤 제공에 대해 제동을 걸지는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jhcho@yna.co.kr
transi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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