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자지라, 터키 친정부 매체 탐사보도팀장 인터뷰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숨 막혀. 살려줘"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소속의 '암살조'에게 지난달 2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살해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맞이한 최후 순간의 긴박한 상황이 간접적으로 전해졌다.
중동 뉴스채널 알자지라 방송은 터키의 친정부 신문 사바흐의 탐사보도팀 나지프 케르만 팀장과 인터뷰를 10일 보도했다.
이 인터뷰에서 케르만 팀장은 "카슈끄지는 총영사관에 들어가자마자 사우디에서 온 팀에게 제압됐다"며 "그의 머리에 봉지를 씌우고 7분간 목을 졸라 살해했다"고 말했다.
케르만 팀장은 "이 순간 카슈끄지의 외침이 녹음됐는데 이 음성 파일에서 그는 '숨막혀, 살려줘. 봉지를 벗겨줘. 난 폐소공포증이 있단 말이야'라고 소리쳤다"고 전했다.
이어 "사우디에서 온 팀은 그의 시신을 토막 내는 과정에서 자루 여러 개를 바닥에 깔아 바닥에 피가 스며들지 않게 했고 팀의 법의학 전문가가 주도해 이 '작업'을 약 15분간 진행했다"고 말했다.
카슈끄지의 시신은 모두 다섯 부분으로 훼손된 뒤 큰 가방에 담겨 차로 총영사관과 가까운 총영사의 관저로 옮겨졌고, 사우디 팀이 관저 정원의 우물에서 일부를 인멸했다는 게 케르만 팀장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알자지라 방송은 이날 익명의 검찰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 총영사관저 정원 우물 시료에서 불화수소산과 여러 화학물질이 검출됐다"며 카슈끄지의 시신을 강한 산성 용액으로 인멸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케르만 팀장은 "이런 과정에 녹음된 음성 파일의 내용을 문서로 만들어 여러 나라로 보냈다"고 덧붙였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도 이날 한 행사에 참석해 "카슈끄지가 살해당하던 순간의 녹음을 사우디, 미국, 프랑스, 독일 등에 제공했다"고 말했다.
터키 신문 사바흐는 카슈끄지 살해 사건 초기부터 터키 정부가 확보한 내밀한 정보를 보도했다.
알자지라는 지난해 6월 단교 사태로 사우디와 관계가 악화한 카타르 정부 소유의 위성 뉴스채널로, 이번 사건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사우디에 불리한 논조의 보도를 내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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