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日도착에 SNS 시끌…"불쾌하다" vs "지켜주겠다"
뜸했던 혐한집회 다시 도쿄 도심서…日정부 코드에 보조맞추는 '손타쿠' 작동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기업 신일철주금에 대해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을 명령한 한국 대법원의 판결 후 일본 정부가 초강경 대응에 나서면서 한일 관계가 전방위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일본 정부 관계자들이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가운데 인기 K팝 그룹 방탄소년단의 TV 출연이 취소되고, 한동안 뜸했던 대규모 혐한(嫌韓) 집회가 도쿄 도심에서 열리는 등 갈등은 정치와 외교 영역 밖으로 퍼지고 있다.
알아서 정부의 코드에 맞추는 이른바 '손타쿠(忖度·윗사람이 원하는 대로 알아서 행동함)가 작동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본이 과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 5년 전 트윗까지 끄집어낸 'BTS 때리기'…팬들 "지켜주겠다"
방탄소년단의 일본 방송 출연 무더기 취소는 멤버 지민이 과거 입은 티셔츠 문제에서 불거졌지만, 한국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대법원판결과 비슷한 시점에서 논란이 제기되자 방송국들이 '스스로 알아서' 정부의 코드에 맞춰 출연을 취소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문제의 티셔츠를 입은 시점은 작년이지만, 일본에서 문제가 불거진 것은 대법원판결을 앞두고 한일 관계에 암운이 드리워진 지난달 극우 매체들이 이 사실을 다루기 시작하면서다.
지민의 티셔츠에는 광복을 맞아 만세를 부르는 사람들의 모습, 원자폭탄이 터지는 장면의 흑백 사진, 애국심(PATRIOTISM), 우리 역사(OURHISTORY), 해방(LIBERATION), 코리아(KOREA) 등의 영문 단어가 담겼다.
일본 언론들은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5년 전 트위터 글까지 끄집어내 막무가내의 'BTS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리더 RM은 2013년 광복절에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독립투사분들께 감사한다. 대한독립만세"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13~14일 도쿄돔에서 열리는 방탄소년단의 공연을 앞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방탄소년단에 대한 우익들의 공격이 거세지고 있지만, 우익들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게 나온다.
이런 식의 찬반양론은 10일 방탄소년단이 하네다(羽田)공항을 통해 일본에 입국하면서 더 치열해지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공항에 도착한 모습이 SNS 등을 통해 알려지자 "입국시켜서는 안 된다", "불쾌하다"는 등의 비판이 나왔지만 한편으로는 "무사히 도착해서 다행이다"며 환영하는 글들이 많았다.
'방탄소년단 지켜줄게요'라는 한글 해시태그와 함께 팬심을 드러내는 글도 SNS에 퍼졌다. 방탄소년단이 입국할 당시 하네다공항 라운지는 몰려든 팬들로 북적였다.
◇ '욱일기' 들고 "한국과 단교하라"…도심엔 때만난 '혐한 우익'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이후 일본 정부에 '손타쿠'하는 움직임은 우익들의 혐한시위에서도 드러났다.
10일 오후 도쿄역과 긴자(銀座) 등 일본 도심의 번화가에는 극우 세력들이 주최한 혐한시위가 열렸다.
올해 들어 한반도 화해 분위기에 이어 '재팬 패싱(일본 배제)' 지적이 나온 뒤 납치 문제 해결에 목매는 일본 정부가 한국에 화해 제스쳐를 취하자 잠잠해졌던 혐한시위가 도심에서 대규모로 열린 것이다.
참가자들은 전범기인 욱일기(旭日旗)를 들고 행진하며 "한국에 분노한다",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를 돌려달라", "한국과 단교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주일 한국대사관은 "일본 경찰 당국과 긴밀히 협조하며 우익 시위대의 과격행위 차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우리 국민도 시위대에 접근하는 것을 자제하는 등 신변 안전에 주의해 달라"고 당부하는 글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손타쿠'는 과거 '대법원판결 수용' 방침을 시사했던 신일철주금이 정작 판결이 나온 뒤 정권의 눈치를 보며 '말 바꾸기'에 나선 것에서도 드러난다.
신일철주금의 상무는 지난 2012년 6월 주주총회에서 한국의 대법원판결과 관련해 "어떤 경우에도 법률은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한국 대법원의 판결 당일 발표한 입장 자료에서는 "일본 정부의 대응 상황 등에 입각해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며 일본 정부의 지침에 따를 뜻임을 시사하며 말을 바꿨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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