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암 발병 원인 규명 요구…시 "근거없는 내용 엄정 대응·주민 건강영향조사"
(김해=연합뉴스) 정학구 기자 = 경남 김해시가 장유소각장 증설에 본격 나서면서 인근 주민들의 저지 및 이전 촉구 움직임과 건강권 확보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소각장 앞 일부 아파트 주민이 공개적으로 건강 문제를 제기하자 시는 명확한 근거 없이 주민 불안감을 조성하는 행위에는 적극 대처하겠다고 경고하는 한편 뒤늦게 다이옥신 측정을 강화하고 주민 건강영향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 일부 주민 "건강 심각…원인 규명해야"
2009년 소각장 앞 아파트로 이사 온 주부 이모(48) 씨는 이사 온 지 1년 만에 갑자기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했는데 7개월여 후 다시 침샘암 판정을 받고 또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정밀검사 결과 가슴과 목에도 종양이 2개씩 있는 것이 발견돼 온몸에 암이 전이되는 '다발성 암 환자'가 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
그는 이사를 오기 전엔 건강검진에서도 아무런 이상 증세가 없었다며 했다.
이 씨는 이웃 아파트에 사는 다른 친구도 이사 온 지 2년 만에 위암 판정을 받고 오는 13일 서울로 가 수술을 받고, 백혈병 치료를 받은 아이도 있다며 소각장 배출물질 영향을 의심했다.
오모(69) 씨는 15년 전 소각장 앞 아파트를 임대받아 살다가 분양을 받았다. 5년 후 위암 수술을 받았는데 다른 부위에서 다시 암이 발견돼 지난해 말 또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오 씨에 이어 부인(71)도 폐암 4기 판정을 받아 부부가 서울에서 병원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최근 부곡초등학교에서 열린 허성곤 김해시장과 간담회에서 공개적으로 "평소 건강했는데 암에 걸린 것은 소각장 탓"이라며 항의하기도 했다.
주부 하모(45)씨의 경우 작은 아이(8) 만삭 때 이사와 출산 후 돌까진 이상 없었는데 조금 지나 팔다리 접히는 부분이 빨갛게 올라오는 아토피 증세가 심하고 비염까지 앓고 있다고 한다.
병원에서 알레르기 반응 수치를 측정한 결과 400만 되도 심한 편인데 760까지 나왔다고 했다.
큰 아이(20)는 원래 비염이 있었는데 심해져 코안 부은 조직 일부를 잘라내기도 했다. 하 씨 본인도 비염이 심해 가족이 이비인후과를 다니는 것이 일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평소 비가 오거나 흐린 날은 매캐한 냄새 때문에 창문을 열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아파트에 임대로 들어왔을 땐 주민들은 아파트 건너편 건물이 폐기물 소각장인 것을 대부분 몰랐고 분양 전환 후엔 5년 후 이전한다는 말만 믿고 눌러앉았다고 했다.
물론 이들 주민의 발병과 소각장 인근에 거주하는 사실관계가 직접 연관이 있는지는 규명된 바 없고 앞으로 당국의 역학조사 등이 필요한 부분이다.
소각장 이전을 요구하는 주민 비대위는 "그동안 주민들이 건강 문제를 밖으로 잘 드러내지 않았는데 이젠 어느 정도 건강권을 위협받고 있는지 전체적인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김해시 "소각장 안전하게 관리…측정 강화·건강영향조사"
김해시는 최근 소각장 이전을 요구해온 '영향권' 주민들이 소각장 증설 강행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촛불집회 참여 인원이 늘고 있는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다 일부 주민이 암 발병 등을 소각장 탓이라며 성토하자 시는 "근거없이 (주민 건강 관련) 심한 내용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경우에 대해선 수사 의뢰를 해서라도 진원지를 밝혀내겠다"고 강력하게 대응하고 나섰다.
신현동 시 청소과 팀장은 "비대위 측이 상황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질병문제에) 소각장 탓을 하고 있다"며 "근거 없는 내용으로 불안감을 조성하면 안 되며, 정확한 근거를 갖고 신중하게 얘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는 이와 함께 예산 1억5천만원을 확보, 내년부터 소각장 주변 주민건강 영향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영향권 주민과 비영향권 주민 표본을 대상으로 혈중 다이옥신 농도 등 건강 상태를 조사해 비교하는 것이다.
김해시가 이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지난해 서울시 소각장 운영실태 견학을 갔다가 2000년부터 서울시가 주민건강조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장유소각장 가동 18년만인 내년부터 뒤늦게 주민건강에 얼마나 영향이 있는지 조사해보겠다고 나선 것이다.
시는 또 지금까지 소각장 배출가스에서 24개 항목을 측정해 17년 치 기록을 유지하고 있으며 아예 검출되지 않거나 기준치에 크게 밑도는 수치라며 소각장 때문에 건강에 이상이 생길 가능성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주민들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발암물질로 소각장에서 배출되는 다이옥신의 경우 법정 배출허용기준이 대기 1㎥당 0.1ng(나노그램)인데 장유소각장 10년 평균 측정치는 기준치의 100분의 6 수준인 0.0068ng으로 아주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시는 밝혔다.
특히 지난해 측정 땐 2회 연속 전혀 검출되지 않아 다이옥신으로 인한 문제점은 없다는 것이 시 입장이다.
시는 서울 강남구, 부산 해운대 등 많은 소각장이 도심지 내에서 별문제 없이 잘 운영되고 있는 것도 환경부 기준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에서 안전관리가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시는 또 다이옥신에 대해선 지금까지 연간 2회 측정을 하고 있지만, 서울처럼 한 번에 6주간 시료를 연속 채취하는 장치를 설치해 연간 8회 측정함으로써 사실상 연중 측정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악취문제에 대해서도 시는 소각장이 아니라 인근 부곡공단에서 나는 것으로 지목,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주민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악취문제 해결 추진단'을 구성, 악취 발생 공장을 전수조사하고 방지시설을 설치하기로 했다.
소각장 증설을 밀어붙이는 시와 재산상·건강상 이유 등으로 이전을 요구하는 주민들 간 갈등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 양측의 신경전과 여론전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b940512@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