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두산답지' 않은 두산 베어스가 한국시리즈에서 거꾸로 가고 있다.
두산은 정규시즌에서 2위 SK 와이번스에 14.5게임 차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으나 정작 한국시리즈에서는 2승 3패로 뒤져 우승컵을 내어 줄 위기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의 경기력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부진의 연속이다.
KBO리그에서 가장 야구를 잘한다는 두산 야수들은 5경기에서 SK보다 많은 7개의 실책을 남발했고, 득점 찬스에서는 좀처럼 적시타가 터지지 않아 잔루가 속출하고 있다.
KS 5경기에서 두산의 팀 타율은 0.265. 정규시즌에 무려 0.309의 팀 타율을 자랑했던 두산이 가장 중요한 무대에서 방망이가 식었다.
SK는 KS 팀 타율 0.222로 두산보다 낮지만, 고비마다 홈런 5방을 터뜨리며 시리즈 주도권을 잡았다.
두산은 홈런왕 김재환이 옆구리 부상으로 3차전부터 결장한 것이 뼈아프다.
두산은 김재환과 오재일, 양의지 등의 홈런포가 침묵하는 가운데 최주환과 아무도 기대하지 않은 정수빈과 정진호가 홈런 1개씩을 날렸다.
최주환은 2차전 2-0으로 앞선 4회말 2점홈런을 터뜨려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정수빈은 4차전 0-1로 끌려가던 8회초 천금 같은 역전 투런포를 터뜨렸고, 정진호는 5차전 3회초 선제 솔로아치를 그렸다.
하지만 두산의 장타 부재가 심각하다는 사실은 현재 팀 장타율이 0.335로 팀 출루율(0.355)과 같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두산의 정규시즌 팀 출루율은 0.376였고, 팀 장타율은 0.486으로 SK(0.473)보다 높은 전체 1위였다.
두산은 한국시리즈에서 날린 2루타도 김재환이 2개, 정수빈 1개뿐이다.
또한 두산은 기동력에서도 별다른 강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현재 팀 도루가 5개로 1개에 그친 SK보다 훨씬 많지만, 두산은 도루 실패를 3개나 기록하며 찬스에서 스스로 흐름을 끊었다.
1차전 3-4로 뒤진 6회말 무사 1루에서 오재원이 2루로 뛰다 아웃돼 찬물을 끼얹었고, 3차전에서는 2-7로 뒤진 9회초 선두타자 김재호가 좌전안타를 친 뒤 역시 2루 도루하다 아웃됐다.
4차전에서는 0-1로 뒤진 4회초 1사 후 박건우가 2루로 뛰다 역시 정확한 송구에 잡혀 기회를 무산시켰다.
정규시즌 두산의 팀 도루는 96개로 SK(108개)보다 적은 5위에 불과했으나 도루 성공률만큼은 0.807로 전체 1위였다.
하지만 한국시리즈에서는 쫓아가야 하는 찬스에서 뛰다가 잇따라 아웃되자 주자들이 움츠러들고 있다.
오히려 SK 배터리가 크게 견제하지 않는 양의지가 유일하게 2번 도루에 성공한 점이 눈길을 끈다.
그러나 홈런을 쳐야 하는 타자들이 침묵하고 빠른 발로 상대 내야를 휘저어야 하는 주자들의 발이 묶이다 보니 두산의 경기력은 정규시즌을 크게 밑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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