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풀 데이즈' 이나영 "저 신비주의 아니에요"

입력 2018-11-12 13:35   수정 2018-11-12 13:53

'뷰티풀 데이즈' 이나영 "저 신비주의 아니에요"
6년 만에 스크린 컴백…탈북 여성의 굴곡진 삶 연기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저 진짜 신비주의 아닙니다."
배우 이나영(39)이 6년 만에 영화 '뷰티풀 데이즈'(윤재호 감독)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1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나영은 오랜만에 친구를 만난 듯 작품에 대한 이야기부터 연기관 등을 솔직하게 들려줬다. 거침없는 입담과 털털한 모습이 그간 그를 감싼 '신비주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듯했다.
오는 21일 개봉하는 '뷰티풀 데이즈'는 한 탈북 여성(이나영)이 생존을 위해 겪어야 했던 고통과 굴곡진 삶을 아들의 시선으로 담담하게 그린 작품.
조선족 청년 젠첸(장동윤 분)은 병든 아빠의 마지막 부탁으로 자신들을 버린 엄마를 찾아 서울로 온다. 젠첸은 14년 만에 만난 엄마가 술집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고 크게 실망하고, 엄마는 그런 젠첸을 무심하게 챙긴다.
엄마에 대한 실망감만 안고 중국으로 돌아간 젠첸은 엄마가 몰래 가방에 넣어둔 일기를 본 뒤 비로소 엄마의 기구한 사연을 알게 된다.

이나영은 과거와 현재와 중국, 한국 등을 오가며 20년에 걸친 한 여성의 신산한 삶을 절제된 감정으로 연기했다. 대사는 많지 않지만, 눈빛과 몸짓은 한층 성숙해지고, 풍부한 감성이 묻어났다.
"시나리오를 정말 재밌게 봤어요. 사무실 책상에 앉아서 읽자마자 고민 없이 선택했죠. 제가 인생 영화로 꼽는 중국 배우 궁리 주연의 '인생', '귀주 이야기' 같은 작품들의 이미지가 떠올랐어요."
이나영은 촌스럽고 수수한 10대 중후반 소녀부터 시골 농부의 아내, 중국서 술집에 다니는 도발적인 여자, 한국에서 술집 마담이 된 30대 여인까지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저예산 독립영화로, 불과 3주 만에 15회차 촬영으로 완성된 작품이지만 감정의 밀도는 촘촘하다.

"예전부터 시골 여성 역할을 해보고 싶었어요. 제 이미지를 바꾸겠다기보다는 제 성향 자체가 그런 것 같아요. 머리도 뽀글뽀글하게 하고 싶고, 아마 저 스스로 보고 싶은 모습인 것 같아요."
이나영은 극 중 이름이 없다. 그저 젠첸 엄마로 나온다. 어린 시절 헤어진 아들과 10여 년 만에 만났지만, 모성애를 드러내기보다 오히려 억누른다. 언뜻 보면 감정을 따라잡기 어려울 수도 있다.
"젠첸 엄마가 살아온 역사를 보면 그렇게 행동할 것 같아요. 고아인 데다 10대 때 북한을 탈출한 이후 매우 많은 일을 겪었죠. 그래서 어떤 일이 벌어져도 스스로 생존을 위해 감정을 담담하게 억눌렀을 것 같아요. 아들이 오랜만에 찾아왔을 때도 굳이 놀라거나 반기기보다 돈 몇만 원을 쥐여 주면서 자기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했을 것 같아요. 가끔 감정이 올라와서 눈물이 나올 때가 있었는데, 감독님이 다 걷어내고 축소하면서 담백한 엄마 캐릭터를 만들어냈어요. 어떻게 보면 불친절할 수 있지만, 여백이 많이 생기면서 관객이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죠."

이나영은 노개런티로 출연했다. 그는 "원래 소재가 다양한 저예산 독립영화를 좋아해 (노개런티에 대해) 별로 고민하지 않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영화 '영어 완전 정복'(2003), '아는 여자'(2004),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2006) 등에 출연한 이나영은 영화 '하울링'(2012) 이후 톱스타 원빈과 결혼했고 한 아이 엄마가 됐다. 그 뒤로도 CF에서는 얼굴을 계속 내비쳤지만, 작품 활동이 뜸하면서 대중과 거리는 멀어졌다. 그는 "그동안 평범하게 지냈다. 가정이 생겼고, 운동도 하고, 대본 회의도 했다"면서 "전 진짜 신비주의가 아닌데, 주변에서 왜 자꾸 신비주의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공백기가 길어진 것은 제가 정말 자신 있게 이야기하고 싶은 작품으로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였어요. 기간이 길어질수록 부담은 있지만, 제 호흡대로 기다리고 싶었죠. 원빈 씨에게도 이 대본 모니터를 부탁했어요. (원빈은) 배우로서 감정 연기가 녹록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잘하라고 응원해줬죠."

이나영은 "원빈 씨와는 친구처럼 지낸다"면서 "남들은 '너희 둘이 이야기는 하니?'라고 묻는데, 가장 이야기를 많이 하는 친구 같은 사이"라고 말했다.
내친김에 원빈의 근황과 차기작 계획도 물었다. "원빈 씨요? 그러게요. 왜 그렇게 (작품을) 안 해서 욕을 먹는지 모르겠어요. 하하. 원빈 씨 역시 휴머니즘 등이 담긴 그런 장르의 시나리오를 기다리는 중이에요."
이나영은 9년 만에 안방극장에도 복귀한다. 내년 상반기 tvN에서 방송 예정인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가제)에서 스펙은 높지만, 경력이 단절된 여성 강단이 역을 맡았다. 상대역은 평소 이나영을 이상형으로 꼽아온 배우 이종석이다.
이나영은 "종석 씨는 막상 제 앞에서는 그런 티를 내지 않는다"면서 "지금은 이상형이 아닌 것 같다"며 농담을 했다.
fusion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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