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2심서 증인 진술…"동료 간 국가 예산으로 뇌물 주고받겠느냐" 따져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청와대 등에 지원한 혐의로 기소돼 수감생활 중인 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마치 온몸에 오물을 뒤집어쓴 것 같은 1년"이라며 억울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이 전 원장은 12일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경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의 항소심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특활비 지원은 뇌물이 아니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 전 원장은 2014년 국정원 예산 편성 과정에서의 편의를 바라고 최경환 당시 기재부 장관에게 1억원의 특활비를 뇌물로 건넨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최 전 장관은 이와 관련해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이 전 원장은 그러나 이날 "어떻게 동료 간 국가 예산을 갖고 뇌물을 주고받을 일이 있겠느냐"라며 "제가 1억원을 최경환에게 줘서 국정원 예산이 증가하기라도 했느냐"고 따졌다. 그해 국정원 예산은 자체 책정한 규모보다 기재부 심사나 국회 정보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수십억원이 삭감됐다.
이 전 원장은 "국정 운영에 도움이 된다면 대통령은 물론이고 다른 정부 기관에도 지원할 수 있다고 이해했다"며 뇌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도 예산이 통과되자 기재부 직원들을 격려한다고 피자 350판을 보냈다고 들었다"며 같은 취지로 고생한 기재부 직원들을 격려하려는 의도도 담겼다고 주장했다.
이 전 원장은 그러면서 "제가 내일이면 수감된 지 1년이 되는 날인데, 마치 온몸에 오물을 뒤집어쓴 듯 굴욕과 모욕을 당하면서 1년을 살아왔다"며 "제가 이헌수 기조실장에게 예산 지원에 문제가 없는지 물었을 때 한마디라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면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 할아버지라도 돈을 안 보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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