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뇌는 왜 그렇게 생각할까"
오류·모순·왜곡으로 가득한 생각과 기억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미국에선 좌우 또는 진보·보수를 가르는 몇 가지 코드가 있다. 낙태, 안락사, 동성 결혼, 총기 소유 등이 대표적이다.
우파의 경우 낙태와 적극적 안락사를 반대하면서도 강력범 사형, 적에 대한 군사적 살상은 찬성한다. 낙태와 안락사를 반대하는 신념은 '생명 존엄성'에 근거하면서도 범죄자와 적을 죽여야 할 땐 공공안녕과 국가 안보가 생명 존엄에 앞선다는 논리를 편다.
좌파도 마리화나를 피우거나 동성 결혼의 경우 '개인의 자유'를 지상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지만, 인종 혐오 발언이나 총기 소유에 대해선 '자유'에 제한을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좌파 역시 우파와 마찬가지로 신념을 적용하는 잣대가 고무줄처럼 달라진 것이다.
이런 현상은 구체적 사례만 다를 뿐 미국뿐 아니라 세계 어디에서든 똑같이 일어난다.
우리 사회의 지역·계층·세대·성별 갈등 원인도 마찬가지다. 오죽하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유행어가 나올까.
이처럼 우리는 개인의 신념 체계를 가동할 때 '이율 배반'을 저지른다는 사실을 대부분 인식하지 못한다.
왜 이런 비이성적이고 불합리한 일이 일어나는 걸까?
미국의 저명한 인지심리학자인 아트 마크먼 텍사스주립대 교수와 밥 듀크 텍사스주립대 음악학습센터장이 펴낸 신간 '뇌는 왜 그렇게 생각할까(글로벌콘텐츠 펴냄)'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자신의 신념에 사례마다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 행동은 심리학 용어로 '보호된 가치(protected value)'로 인해 발생한다.
보호된 가치란 핵심적이면서 어겨서는 안 되는 가치다. 사람들은 이 보호된 가치가 파괴되면 분노를 느낀다.
그러나 문제는 위의 사례에서 보듯 한 가지 이상의 보호된 가치들은 서로 갈등과 모순 관계에 놓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저자들은 이렇게 우리의 사고 활동과 기억이 오류와 모순, 왜곡 투성이라는 사실을 40가지 사례를 들어 알기 쉽게 일깨운다.
그리고 이를 관통하는 이론은 하나다. 우리의 뇌가 원래 그렇게 생겼고 기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잘 아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 이론을 설명하는 방식도 흥미롭다.
예컨대 조직은 성실한 사람을 더 좋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성실한 사람은 집중력이 높고 지시사항을 그대로 이행한다. 그 결과 더 빨리 승진하고 더 많은 책임을 맡는다. 여기에는 확증편향이 작용한다.
책은 또 진화학을 근거로 "성실성이 낮은 것에도 뭔가 중요한 이점이 있음이 분명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성실성이 너무 높은 사람은 규칙을 이행하는 데 평생을 바치는 만큼 창조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창조성은 규칙 파괴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인류사에 한 획을 그은 천재인 아인슈타인이나 피카소는 모두 기존 틀과 규칙을 송두리째 파괴한 사람들이다. 심지어 책은 이들이 자신의 전문분야뿐 아니라 일반 사회 규범도 어기는 경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이밖에도 우리 뇌가 근본적으로 '멀티 태스킹'이 불가능하게 설계돼 있고, 고령화가 반드시 인지 능력 쇠퇴를 수반하는 것은 아니며, 나이가 들수록 상대적으로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끼지만 남을 용서하는 관용성은 더욱 커진다는 논리를 뇌 인지 관점에서 설명한다.
이은빈·이성하 옮김. 372쪽. 1만5천 원.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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