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장관 "佛에 녹음 줬다는 터키 대통령 발언, 사실과 달라"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피살 당시 녹음을 사우디, 미국, 프랑스 등에 제공했다는 터키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이 아니라고 프랑스 외교장관이 밝혔다.
장 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장관은 12일(파리 현지시간) 프랑스2 방송과 인터뷰에서, 프랑스 정부는 카슈끄지가 살해되는 당시 상황을 담은 녹음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앞서 10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TV로 방송된 연설에서 문제의 '카슈끄지 녹음'을 사우디,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에 제공했다(원문, Biz tapeleri verdik)라고 말하면서, "이들 각국이 살인 현장에서 벌어진 대화를 다 들어서 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르드리앙 장관은 '자신이 아는 한' 프랑스는 녹음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해,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언을 부정했다.
카슈끄지의 피살 당시 녹음은 터키 매체와 외신을 통해 그 존재와 녹취록 내용이 보도됐을 뿐 터키 수사 당국에 의해 공개되지 않았다가,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번 연설에서 그 존재를 공식적으로 거론했다.
앞서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와 로이터통신은 터키를 방문했던 지나 해스펠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문제의 오디오를 들었다고 보도했다.
터키 검찰의 발표에 따르면 카슈끄지는 지난달 2일 주(駐)이스탄불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그를 기다린 사우디 '암살조'에 의해 살해됐다.
그러나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될 카슈끄지의 시신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사우디 정부는 카슈끄지가 사우디 요원들에 의해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살해된 사실은 시인했으나 시신의 소재와 지시 '윗선' 등에 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우디와 서방 각국에 '카슈끄지 녹음'을 제공했다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언은 진실규명과 후속 대처를 압박하면서 이번 사건으로 형성된 대(對)사우디 관계에서 우위를 잃지 않으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르드리앙 장관도 비슷한 견해를 내놨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거짓말을 한 것이냐는 프랑스2 방송의 질문에 르드리앙 장관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그런 발언을 한 것은 그가 현재 상황에서 정치적 게임을 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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